KT가 유.무선 통합 추세에 맞춰 이동통신 자회사 KTF를 2,3년 안에 흡수합병한다.합병 후 삼성전자처럼 사업부제를 도입해 내부에서 경쟁하도록 조직구조를 완전히 바꾼다.이를 위해 올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합병 계획을 확정해 합병작업에 착수한다.

KT 고위 관계자는 17일 "KT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나 지주회사보다는 KTF를 직접 흡수합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KTF 합병은 2,3년이 걸릴 수도 있고 이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룹전략CFT(크로스펑셔널팀)에서 상반기 안에 합병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처럼 사업부별로 권한과 책임이 있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사업부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삼성전자는 반도체,정보통신 등 4개 사업부제로 구성됐다.

KT는 합병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서울 목동에 있는 KT 전산센터와 서울 신천동 KTF 본사 사옥 3층에 있는 전산센터를 2010년까지 충북 오창으로 이전하면서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합병에 대비해 KT와 KTF 임직원의 직급과 급여 차이를 조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KT가 KTF 합병을 서두르는 것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SK텔레콤이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2위 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뒤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유선통신 1위인 KT로선 이동통신 2위 업체인 자회사 KTF를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자산 규모로 재계 7위인 KT는 내부 경쟁을 촉진하면서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갖추기 위해 한때 지주회사 체제를 검토했다.지주회사 체제가 기업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그러나 지주회사로 바꾸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합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합병으로 '직행'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KTF를 합병해 사업부제를 도입할 때 조직을 △이동통신 △네트워크.정보기술(IT) △마케팅 △컨버전스 미디어 △유통 △유지보수 등으로 나눌 계획이다.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통신을 흡수합병할 때 '반도체총괄'이라는 사업부를 신설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KT는 KTF와의 합병이 법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특히 정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승인하고 나면 합병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KTF의 2대주주인 일본 NTT도코모도 KT와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해 아직 정보통신부 심사가 남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조건부로 승인했다"며 "KT는 이미 52%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를 합병하는 것이어서 인가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