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정 민영화 후 생존 몸부림 ‥ 돈 되면 다한다
지난 1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주택가에 있는 요요기우체국.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 디지털 사진 인화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사진파일을 맡기면 장당 20엔(약 180원)에 즉석에서 인화를 해준다.인화 코너 왼쪽으로 3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놓여 있고,그 옆엔 편의점 로손 매장이 있다.우체국 창구는 입구 오른편에 우편저금(유초)은행 창구와 나란히 있다.

근처에 사는 주부 야수자와 유코씨(46)는 "집 근처에 편의점이 없는데 가까운 우체국 안에 편의점이 들어와 굉장히 편리하다"며 "우체국에 온 김에 은행 업무까지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우체국이 변하고 있다.사진인화점,편의점,은행 등이 함께 있는 '복합 우체국'이 생겨나고 있다.고객 편의를 높여 더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지난해 10월부터 착수된 우정 민영화 이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일본우정공사는 민영화 계획에 따라 작년 10월1일 해산되고 '일본우정(JP)'이란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났다.우편사업 우편국(창구업무) 우편저금은행 우편보험회사 등 4개 사업부문은 각각 별도 자회사로 분할됐다.이들 회사는 단계적으로 지분이 민간에 매각돼 2017년까지 완전 민영화될 예정이다.

일본 우체국의 발등에 경쟁이란 뜨거운 불이 떨어진 셈이다.우체국들이 돈 되는 사업은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이유다.일본 우체국은 작년 11월19일부터 영화표를 팔기 시작했다.전국에 걸친 2만4000여개의 광범위한 점포 네트워크가 강점인 우체국은 영화 배급자나 공연ㆍ관람 기획사로부터 효율적인 파트너로 환영받고 있다.일단 올 4월까지 6개월간 영화표 60만장을 팔아 7억엔(약 6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우체국 안으로 편의점을 불러들인 것도 같은 맥락.우체국과 편의점이 붙어 있는 점포는 현재 전국에 6곳에 불과하다.이를 확대하기 위해 일본우정은 지난 12일 일본 내 2위 편의점 업체인 로손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다.앞으로 3년 안에 우체국과 로손의 공동 점포를 800곳으로 늘린다.1만개 우체국에서는 로손으로부터 공급받은 과자 음료수 일용품 잡화 등을 팔기로 했다.

일본우정 관계자는 "요요기우체국처럼 로손과 공동 점포를 운영한 경우 우체국과 편의점 모두 매출이 10% 이상씩 늘었다"며 "특히 우체국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일본 우체국은 금융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우체국 창구를 직접 운영하는 우편국회사는 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 위탁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황금알을 낳는 부대사업인 복권 판매도 서두르고 있다.우편저금은행도 그동안 국채에만 투자했던 180조엔의 자산 운용을 다변화하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의 펀드매너저 40여명을 최근 영입했다.앞으론 각종 거래 수수료도 최고 8배까지 올려 민간 금융회사와 수준을 맞출 예정이다.

일본우정은 이 밖에 일본 ANA항공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로손은 물론 미쓰코시ㆍ산큐ㆍ도부백화점 등 유통업체들과 제휴해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민영화 작업을 지휘해온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출신의 니시카와 요시후미 일본우정 사장은 "강도 높은 민영화 개혁에 따라 최근 3년간 경상지출을 1000억엔 줄였다"며 "2017년 완전 민영화되면 민간기업 못지않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일본 우정 민영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구조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추진했다.

일본 최대 공공기관이던 우정공사를 분할해 민간에 완전 매각하는 게 핵심. 작년 10월1일 일본우정공사는 일본우정(JP)이란 지주회사로 간판을 바꿔달고,우편국회사 일본우편 우편저금(유초)은행 우편(간포)보험 등 4개 자회사로 분리됐다.

사원 25만여명,자산 규모 335조엔의 거대 민간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본우정의 자회사들은 2011년까지 주식시장에 상장된 뒤 2017년까지 민간에 지분이 매각돼 완전 민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