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의뢰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죠."

맥킨지,베인앤컴퍼니,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빅3 경영전략 컨설팅펌의 서울사무소 관계자들은 요즘 밀려드는 일감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장기 성장전략,기업 인수합병(M&A),해외시장 진출 등 기업들의 컨설팅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컨설팅업계 20년 역사에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 업계는 그러나 넘쳐나는 일거리에 비해 인력이 모자라는 뜻하지 않은 고민에 봉착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업계의 인력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수한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데 반해 인력 공급은 정체되거나 되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A컨설팅업체는 최근 고참급 컨설턴트 한명을 뽑는데 6개월이 걸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주를 해놓고도 손을 못대고 있는 프로젝트가 상당수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인력난의 첫째 원인은 컨설팅 의뢰 건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 지난 수년간 성장정체에 빠졌던 국내 기업들이 최근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나서면서 '우리 회사의 사정에 맞는 성장전략을 짜달라'는 의뢰가 가장 많이 쏟아지고 있다. 또 M&A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적당한 M&A 매물을 찾아달라'거나 '이 회사를 인수하는 게 타당한가'를 묻는 고객사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컨설팅펌에 '해외 진출 전략을 짜달라'는 의뢰도 많다.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이런 컨설팅 프로젝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베인앤컴퍼니 관계자는 "금융과 정보기술(IT) 등 전 산업에 걸쳐 규제가 풀리고,산업 간 장벽이 무너지고,시장이 개방되면서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혁신 전략을 의뢰하는 고객사도 많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이 분초를 다툴 만큼 빨라지고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력 시장에서는 컨설팅펌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원인은 투자은행(IB),사모펀드,헤지펀드 등 금융회사들의 부상이다. "요즘은 첫 직장으로 금융권을 우선 목표로 하고,안될 경우 컨설팅펌에 간다"는 게 경영대학원(MBA) 졸업생들의 분위기이다.

이유는 단연 연봉이다. MBA 졸업 첫 해 컨설팅펌과 외국계 투자은행이 주는 연봉은 평균 12만달러(약 1억원)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금융권의 경우 연말 보너스가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수입에는 큰 차이가 난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2007년 MBA 졸업자 중 70만달러(약 7억원)를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컨설팅펌 관계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회사 내에서 연봉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10~20% 올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뿐 아니다. 일반 기업들도 MBA 출신들에게 인기다.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면서 '밥 먹듯이 밤을 새는' 컨설팅 회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 세계적 헤드헌팅 업체인 콘 페리의 채은주 부사장은 "일반 기업들도 혁신적인 조직문화에 상당한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며 톱 MBA 졸업생 등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선 상황이어서 컨설팅 업체들은 금융권과 일반 기업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인력시장 조사기관인 유니버섬에 따르면 11년 동안 미국 MBA 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위로 꼽았던 맥킨지는 지난해 2위로 내려앉고 대신 구글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고객사들에 혁신 전략을 마련해 주던 컨설팅펌들이 스스로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