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를 함께 이끌어 나갈 청와대 보좌진을 모아놓고 모처럼만에 속마음을 내보였다.본인에 대해,또 최근 정치상황과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사적인 대화를 하듯 허심탄회하게 얘기보따리를 푼 것이다.

16~17일 이틀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가진 '합동워크숍'에서였다.이 자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유우익 대통령실장,청와대 수석 내정자,대통령직인수위 간사단이 참석했다.

◆"나는 늘 변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가 정책도 시대변화에 맞게,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970년대 이명박 사장,80년대 이명박 회장,90년대 정치인,2000년대 서울시장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살아왔다는데 70년대에 만난 사람은 70년대 얘기를 하고 80년대에 만난 사람은 80년대 얘기를 한다"며 "저를 알고 싶으면 최근에 만난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을 그렇게 발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경험을 시대 변화와 결부시켜야 하고,계획은 항상 미래 지향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 못받아도 주춤하면 안된다"

미래지향적인 정책은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뜻을 꺾어선 안된다고 한 대목도 주목된다.그는 "예를 들어 전봇대를 뽑으라 하면 즉각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영어공부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복잡한 얘기를 하면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이해를 받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거기서 주춤하면 일이 제대로 안 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과거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사례를 소개하며 "선진화된 정책과 전략은 그 시점에는 절대적 지지를 못 받을 수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그 길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MB,참모진과 5㎞ 조깅으로 정신무장 재촉

현 정부에서 핵심정책으로 추진했던 '혁신'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냈다.그는 "국민과 공무원들을 다 교육시켜서 깨끗한 사람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10년,20년이 걸릴 것"이라며 "대통령이 깨끗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장관도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고,장관이 그러면 국장도 그럴 것이다.그게 빠르다"고 솔선수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앞으로 사생활이 없을 것이다.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고민이 될 것"이라며 "희생 없이 남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또 청와대 수석과 장관 등은 6개월,1년마다 정기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정신무장'을 주문하려는 듯 워크숍 참석자들과 함께 17일 오전 6시50분부터 50여분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있는 대운동장을 15바퀴(5㎞) 도는 준마라톤급 조깅을 하기도 했다.

◆"성장률 숫자도 중요하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

이 당선인은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내수가 침체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내수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천명했다.그는 "지난 5년간 4% 정도 성장을 했지만 성장의 과실이 서민들에게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면서 "대기업 수출에 의존한 경제성장이었기에 내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정부는 경제도 살리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며 "6%냐,7%냐 하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의 내실이 실제 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혜택을 주느냐 하는 관점에서 많은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차기 정부의 장관 내정자들이 전원 참석하지 못한 채 진행돼 '반쪽 행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이 지장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