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학부모가 알아야 할 A to Z

"바른 생활은 국어,슬기로운 생활은 산수 아니야."

오는 3월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예비 엄마 이경림씨(34ㆍ경기도 남양주시)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무안만 당했다.친구들은 "언젯적 얘기를 하고 있느냐"며 이씨에게 핀잔을 줬다.주변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없는 이씨 또래의 30대들은 "바른 생활이 국어 맞는데…"하며 의아해할 수 있다.

현재 30대 초ㆍ중반들은 대개 제4차 교과과정(1982년부터)이 적용되던 시절 초등학교(당시 명칭은 국민학교)에 다녔다.당시에는 주요 과목을 국어-도덕-사회,산수-자연,음악-미술-체육 등 세 종류로 분류하고 각각 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즐거운 생활이라고 불렀다.최근 유행하는 통합교과형 수업 방식이 처음 적용됐던 것이 제4차 교육과정이었다.현재는 제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으니 세월이 많이 흐른 셈이다.교육 당국은 제8차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짧게는 20여년,길게는 30년이 흐른 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즐거운 생활이란 의미의 교과는 여전히 있다.하지만 의미가 달라졌다.현재의 바른 생활은 도덕,슬기로운 생활은 사회-자연을 의미한다.하지만 제4차 교육과정만큼 과목 간 경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시ㆍ도교육청의 교육과정 지침서를 보면 △바른 생활은 올바른 생활습관 형성,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나라 사랑하기 등을 △슬기로운 생활은 동물과 식물이 자라는 모습 관찰하기,물건 정리하기,재어보기,만들기 등을 △즐거운 생활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르며 생활과 느낌을 다양하고 즐겁게 나타낼 수 있는 영역별 활동을 배운다고 돼 있다.

국어와 수학은 별도의 과목으로 독립해 있다.다른 과목과 통합해 가르치는 것보다 분리해서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특히 국어는 말하기,읽기,듣기,쓰기 등 네 가지로 나눠져 있으며 영역별로 교과서도 다르다.교과서의 수만 비교하면 엄마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 몇 배나 복잡해진 셈이다.

수학(엄마들에게 친숙한 산수라는 과목명은 제6차 교육과정부터 수학으로 바뀌었다)도 본 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일종의 워크북) 두 종류로 나눠진다.1학년 때는 100까지의 수와 덧셈 뺄셈 기본 도형 정도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같은 교과목들은 자녀들이 입학한 후 한 달이 지난 후부터 학교에서 가르친다.입학 첫 달의 경우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교과서 1권만을 활용한다.이 책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즐겁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가이드북 성격을 가지고 있다.첫째 주에는 입학 초기 학교생활의 도움말,둘째 주에는 친구 사귀기,셋째 주에는 학교규칙 및 생활예절,넷째 주에는 교과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기초 기능 및 태도를 배운다.

수업시간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총 25시간이다.국어와 수학에 각각 7시간과 4시간이 할애된다.가장 비중있게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와 수학이라는 뜻이다.그 외 바른 생활 2시간,슬기로운 생활 3시간,즐거운 생활 6시간,재량 활동 2시간,특별활동 1시간 등으로 일주일 시간표가 정해진다.

시간표를 살펴보니 엄마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다른 점이 하나 더 눈에 띈다.주당 2시간을 배우는 '재량 활동'이다.최근에는 학교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 가르칠 수 있도록 돼 있다.통상 이 시간에는 컴퓨터,영어 등을 가르친다.학예회 같은 행사를 준비하거나 학생들 간의 토론 시간으로 재량 활동을 이용하는 학교도 있다.

일부 예비 엄마들은 수학 영어 등의 과목은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실제로 5~6학년을 대상으로 수준별 수업을 하는 학교가 일부 있다.7차 교육과정은 수준별 수업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실제로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는 학교는 드물다.더구나 1학년부터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다.

영어를 1학년 때부터 정식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은 일부 정부 지정 시범학교뿐이다.일반 교과목에 영어가 포함되는 것은 공식적으로 3학년부터다.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재량 활동,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1~2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