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통 · 폐합 부처 고위직 '살아남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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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직제 개편을 앞두고 최근 건설교통부가 입주해 있는 과천청사 3동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1953년생 이상 국장급 간부가 '퇴출 1순위'라거나 누구누구가 옷을 벗을 것이라는 '복도통신'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인 직제개편안에 따라 건교부는 전체 인원 4200여명 가운데 본부 80여명 등 총 610여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대거 퇴출될 위기에 몰리면서 장관 내정자 등 칼자루를 쥔 인사들에 대한 줄대기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업무 빼앗아 자리 지키자"
다른 통.폐합 부처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특히 1~3급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 불안은 극에 달했다.이 때문에 부처 간 소관 업무 쟁탈전도 치열하다.이는 결국 1~3급 자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라는 게 공무원들의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최소한 10명 이상의 인원이 1개 과(課)를 구성하고,'국(局)' 밑에는 4개의 과를,1급이 수장인 '실(室)' 아래에는 최소한 3개 이상의 국을 두어야 한다는 직제 개편 원칙을 제시했다.이에 따라 각 부처는 실.국장 자리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한 명의 사무관이 맡게 되는 단위 업무 수를 최대한 늘리려 하고 있다.
하위직부터 촘촘한 '피라미드'를 쌓아야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10년 전 정부조직 개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1995년 재정경제원(경제기획원+재무부) 통.폐합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 재정경제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당시에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국.과의 '간판'만 유지하면 자리를 지켰지만 지금은 세부 소관 업무 몇 개를 빼앗기면 과장 국장 실장이 줄줄이 무보직이 될 수 있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 8% 퇴출 예상
인수위는 현재 보직이 있는 중앙부처 1~3급 고위 공무원 1217명 중 약 8%에 해당하는 93명 정도가 직제 개편으로 무보직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했다.여기에 현재 본부에 보직을 갖지 못한 교육.파견 공무원 70~80명을 합치면 160명 안팎의 고위 공무원이 자리가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고위 공무원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있다.
중앙공무원이 일단 무보직의 본부 소속으로 밀려나면 그 기간에 따라 직무급이 삭감된다.
고위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같은 급에 비해 고시 기수가 비교적 높거나 낮은 이는 무보직 공포가 더 심하다.일단 자리 수가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 보직을 줘야 하는데 고참은 '용퇴 압력'을 받게 되고 신참급은 기수에 밀려 보직을 내놓아야 할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족수' 채우기 꼼수도
이 때문에 직제 개편 초안을 만드는 각 부처에서는 국 단위로 과의 수를 적절히 안배하는 꼼수도 등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업무 특성상 A국 밑에 5개과가 배치되고,B국 아래에 3개의 과가 놓이는 게 정상인 경우에도 A국 1개과를 이름만 교묘히 바꿔 B국 아래에 배속되도록 직제안을 만든다는 얘기다.그래야 국장 자리 둘을 모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게 아니라면 다른 부처의 소관 업무를 빼앗아와서 과 한 개를 늘려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
교육이나 파견으로 소속 부처를 떠났다가 돌아올 시기가 임박한 고위 공무원들은 얼른 돌아와 자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현재 자리 유지가 불안한 보직 관료들은 오히려 국방대학이나 중앙공무원연수원으로의 파견을 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신설되는 기획재정부에서만 국장급 이상 30명 정도가 잉여 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일부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교육·파견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문권/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업무 빼앗아 자리 지키자"
다른 통.폐합 부처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특히 1~3급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 불안은 극에 달했다.이 때문에 부처 간 소관 업무 쟁탈전도 치열하다.이는 결국 1~3급 자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라는 게 공무원들의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최소한 10명 이상의 인원이 1개 과(課)를 구성하고,'국(局)' 밑에는 4개의 과를,1급이 수장인 '실(室)' 아래에는 최소한 3개 이상의 국을 두어야 한다는 직제 개편 원칙을 제시했다.이에 따라 각 부처는 실.국장 자리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한 명의 사무관이 맡게 되는 단위 업무 수를 최대한 늘리려 하고 있다.
하위직부터 촘촘한 '피라미드'를 쌓아야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10년 전 정부조직 개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1995년 재정경제원(경제기획원+재무부) 통.폐합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 재정경제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당시에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국.과의 '간판'만 유지하면 자리를 지켰지만 지금은 세부 소관 업무 몇 개를 빼앗기면 과장 국장 실장이 줄줄이 무보직이 될 수 있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 8% 퇴출 예상
인수위는 현재 보직이 있는 중앙부처 1~3급 고위 공무원 1217명 중 약 8%에 해당하는 93명 정도가 직제 개편으로 무보직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했다.여기에 현재 본부에 보직을 갖지 못한 교육.파견 공무원 70~80명을 합치면 160명 안팎의 고위 공무원이 자리가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고위 공무원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있다.
중앙공무원이 일단 무보직의 본부 소속으로 밀려나면 그 기간에 따라 직무급이 삭감된다.
고위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같은 급에 비해 고시 기수가 비교적 높거나 낮은 이는 무보직 공포가 더 심하다.일단 자리 수가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 보직을 줘야 하는데 고참은 '용퇴 압력'을 받게 되고 신참급은 기수에 밀려 보직을 내놓아야 할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족수' 채우기 꼼수도
이 때문에 직제 개편 초안을 만드는 각 부처에서는 국 단위로 과의 수를 적절히 안배하는 꼼수도 등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업무 특성상 A국 밑에 5개과가 배치되고,B국 아래에 3개의 과가 놓이는 게 정상인 경우에도 A국 1개과를 이름만 교묘히 바꿔 B국 아래에 배속되도록 직제안을 만든다는 얘기다.그래야 국장 자리 둘을 모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게 아니라면 다른 부처의 소관 업무를 빼앗아와서 과 한 개를 늘려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
교육이나 파견으로 소속 부처를 떠났다가 돌아올 시기가 임박한 고위 공무원들은 얼른 돌아와 자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현재 자리 유지가 불안한 보직 관료들은 오히려 국방대학이나 중앙공무원연수원으로의 파견을 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신설되는 기획재정부에서만 국장급 이상 30명 정도가 잉여 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일부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교육·파견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문권/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