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에 사는 직장인 문기복씨(42)는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아들 민석이(9)와 일주일에 한번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데 아이가 학습만화 코너에서 신간만 보면 무조건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문씨는 "너무 많이 읽으면 아이의 독서습관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자,과학,역사,위인전 등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만화로 쉽게 풀어낸 책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다.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가 독서와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씨처럼 걱정이 앞선다.과연 학습만화는 도움이 될까.

◆학습만화의 효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습만화 효과는 꽤 크다.웅진교육문화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만화를 읽으면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게 돼 공간지각 능력이 높아져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해 준다"고 말했다.학습만화는 만화라는 형식에 교육적인 내용을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아이가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학습만화 어떻게 고를까

시중에 나온 수많은 학습만화 중에 어떤 걸 골라야 할까.아이가 읽을 책이므로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한다.아이 입장에서는 본인이 고른 책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읽게 된다.부모가 그 책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아이의 기준에 맞는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역사나 인물을 해석하는 만화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집필에 참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만화에 등장하는 대사가 단순하고 감탄사 위주로 돼 있거나 페이지당 장면 수가 적은 책은 피하자.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또 학습만화에 대한 평가는 이야기와 학습 효과에 있다.전개되는 이야기가 재미있더라도 내용이 두루뭉술하다면 학습만화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이다.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을 읽게 한다.'학습만화라도 많이 읽으면 좋겠지'라는 생각에 내버려 두면 자녀의 독서 습관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만화책 200% 활용하기

잘못 읽으면 만화책,잘 읽으면 훌륭한 학습서가 될 수 있는 학습만화.다양한 활용법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여보자.우선 같은 주제의 책들을 이어서 읽게 한다.학습만화는 여러 분야를 흥미있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반면에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학습만화를 먼저 읽어 전체 흐름을 익힌 뒤 일반 도서로 깊이를 넓히면 더욱 좋다.

학습만화 전용 독후감 공책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학습만화는 읽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책을 읽은 소감,느낀 점,궁금한 점 등을 담아 독후감을 써보자.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이 된다.만화의 말풍선을 채우며 상상력도 길러보자.또 다음 장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 보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을 아이의 방식대로 재구성해 만화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도움말=웅진씽크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