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에게 정장 한 벌은 의미가 깊다.새내기 직장인으로 첫 이미지를 연출할 옷이기도 하고,구직에 열심인 이들에겐 소중한 '면접용 의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사랑하는 자녀나 남자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맘 때 정장 한 벌을 주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국내 브랜드들조차 정장 한 벌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들로 넘쳐나는 등 가격 부담도 걱정거리다.이와 관련,전문가들은 "150수 이상의 소재로 만든 고급 정장은 입기에 가볍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대신에 쉽게 구김이 가고,먼지도 잘 붙어 관리하기도 힘든 편"이라며 "회식 등 술자리가 많아질 새내기 직장인들은 30만원 안팎의 중저가 양복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첫 정장은 회색 계열이 무난

정장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색이다.첫 정장인 만큼 완벽한 멋을 추구하기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정장 차림으로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좋다.최혜경 LG패션 'TNGT' 디자인 실장은 "정장이 없는 신입사원이 수트를 몇 벌 사고 싶다면 차콜 그레이(짙은 회색) 네이비(감색) 그레이(회색) 순으로 마련하길 권한다"며 "차콜 그레이는 튀지 않아 어떤 색상의 의상과도 잘 어울리고 네이비는 신뢰감을 주며 그레이는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직장 문화가 튀는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광택이 나거나 줄무늬가 두드러지는 옷은 제대로 소화할 자신이 없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수트의 선은 몸매를 살려주는 슬림한 스타일이 젊은층에 어울린다.버튼이 두 개 달린 스타일 재킷이 무난하다.바지는 하단이 좁아져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스타일이면 무난하다.

◆술자리 많은 사회 초년생에게 고급 정장은 오히려 불편

색과 스타일을 정했다면 다음은 가격대를 고려해야 한다.요즘 웬만한 백화점의 남성 정장 브랜드를 둘러보면 정장 한 벌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일이 다반사다.수입 브랜드들은 200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비싸졌다.저마다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거액의 돈을 지불해 가며 이탈리아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활용한 탓이다.

하지만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값비싼 옷은 오히려 불편만 줄 수 있다.보통 150수니 180수니 해서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더 얇은 소재로 만든 정장은 가볍고 더 슬림해 보이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스타일을 살리는 데는 좋다.하지만 회식자리가 잦은 새내기들론 구김이 많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흠이다.

이런 이유로 20대 사회 초년병들에겐 30만원 안팎의 정장이 무난해보인다.LG패션의 'TNGT'에서는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젊은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수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특히 이번 시즌 트렌드 컬러인 그레이와 네이비 컬러 수트를 추천할 만하다.가격은 28만∼38만원 선이다.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P라인 수트는 20~30대 젊은 남성 몸매에 잘 맞도록 개발한 패턴을 적용하여 슬림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보여준다.가격은 50만원대다.상의 길이도 다소 짧게 디자인해 젊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직선으로 떨어지는 바지는 허리 주름(no－tuck)을 없애 보다 날렵해 보이도록 했다.또 '엠비오'에서는 사회 초년생을 겨냥한 40만원대의 라이트 그레이 수트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더베이직하우스의 '마인드브릿지'는 브이 존(V－Zone)을 조금 더 낮춰 젊고 세련된 느낌을 더한 투 버튼 정장을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고급스런 실크소재를 사용한 슬림한 디자인의 정장을 19만9000∼3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셔츠와 넥타이는 밝은 색으로

정장 한 벌이 부담스럽다면 셔츠와 넥타이도 센스 있는 선물이 될 듯싶다.셔츠는 화이트나 푸른 계열의 셔츠가 무난하다.특히 흰색 셔츠는 평범해 보일지몰라도 어떤 색의 정장과도 매치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선물로선 적격이다.무늬가 있는 셔츠를 골랐다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프린트가 있는 셔츠는 피하고 옅은 세로 줄무늬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타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셔츠와의 색상 조화다.특히 셔츠,수트,벨트,구두 중 최소 어느 하나와는 어울리는 게 좋다.가장 쉬운 방법은 '핑크 셔츠에 붉은 타이','하늘색 셔츠에 청색 타이' 식으로 비슷한 계열의 더 진한 색상을 고르면 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