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쓰이고 있는 DVD를 대체할 차세대 영상 저장 장치의 규격, 이른바 차세대 DVD 표준경쟁이 사실상 결말이 났다. 용량이 보다 크고 저작권(著作權) 보호도 쉬운 소니 진영의 블루레이 디스크가 도시바가 이끌던 HD DVD 진영에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전자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표준경쟁이지만 이번 경우는 5년 넘게 지속돼온데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 특히 관심이 컸었다.

대세가 결정된 만큼 이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시장의 변화다.현재 예측대로면 2010년에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그러나 그동안 표준경쟁을 관망하던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구매에 나서기 시작하면 시장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시장의 선두주자는 이번 표준에서 승리한 소니다.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은 원래 소니 진영을 지지했지만 표준 경쟁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시장 쟁탈에 나설 수 있도록 양 진영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내놓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전략을 새로이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이나 LG로서는 디지털 TV만큼이나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표준게임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시장 선점 차원에서 표준이 중요하다는 건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전략이다. 이번 차세대 DVD 표준게임에서 승리한 소니는 20년 전 비디오 표준게임에서 참패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 소니가 졌던 것은 기술만 뛰어나면 된다고 생각, 폐쇄적 전략으로 일관(一貫)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소니가 이번에는 세싸움에서 이겼다. 도시바가 이끄는 HD DVD의 경우 기존 생산라인 이용이 가능해 투자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었지만 소니 진영은 더 많은 우군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마디로 폐쇄적 전략보다는 개방적 전략이 유리하다는 것이고,처음부터 글로벌 전략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전자업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통신서비스를 비롯 다른 분야에서도 이번 표준 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