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일본의 한국산 기피증을 깼죠."

LCD 백라이트유닛(BLU) 필름 전문 중소기업인 미래나노텍이 세계 3대 LCD 패널 제조사 중 하나인 일본 샤프에 LCD 패널용 집광필름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 회사 김철영 대표(45)는 18일 "이달 중순부터 LCD 패널용 고휘도확산필름 'UTE' 3개 모델을 양산해 일본 샤프에 독점 공급키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고휘도확산필름은 노트북 휴대폰 등의 화면용 광원인 백라이트유닛에 장착돼 광확산 및 집광 역할을 해주는 LCD 핵심부품.국내 광학필름 제조업체가 일본시장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품소재 수출 강국으로 외국 업체에 대해선 '쇄국'수준의 폐쇄성을 보여온 일본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김 대표는 "품질은 세계 1위인 3M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일본 업체보다 10%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래나노텍은 창업 2년 만인 2004년 고휘도확산필름의 단면구조를 기존 세모꼴 프리즘 방식에서 원반형으로 바꾼 집광필름 UTE를 세계 최초로 개발,기존 제품과 완전히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집광과 확산 기능을 하나로 구현해 확산,집광,보호용 등 3장의 필름을 사용해야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2장만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게 한 것.

이번에 공급할 제품은 이 모델의 렌즈집적률을 한층 높여 2005년 7월 상용화한 것으로,기술 격차를 더 벌려놓은 업그레이드 제품이다.

김 대표는 창업 후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2년여 동안 친구 등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 15억원을 쏟아붓는 등 기술개발에 '올인'한 끝에 이 같은 결실을 얻었다.

그는 "3M과 일본 업체들이 워낙 특허를 많이 걸어놓았던 데다 5명의 학ㆍ석사 출신 인력만으로 기초기술부터 확보해야 해 밤샘을 밥먹듯 했다"며 "초기에는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돌파구는 영사기에 쓰이는 광학렌즈기술에서 찾았다.동그란 렌즈 수천만개를 광학필름에 집적하는 미세기술을 독자개발,3M사 등의 특허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접촉 자체를 거부해오던 일본 샤프는 2005년 두번째 모델이 나오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LG전자에 대한 기술 이전은 물론 삼성전자와 대만 CTL사 등이 미래나노텍 제품을 쓰기 시작한 뒤였다.

김철영 대표는 "기술력을 공인받은 상태였지만 샤프로부터 공장 실사와 안정성 시험,특허침해 여부까지 까다롭게 검증받은 끝에 공급계약이 성사됐다"며 "기술하나로 업계에 뛰어든 지 6년이 걸린 셈"이라고 전했다.

미래나노텍은 26,32,46인치 3종을 샤프에 공급,연말까지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 대표는 "현재 크기가 다른 4종의 필름도 샤프의 기술인증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연말께 추가 대량 주문이 예상된다"며 "샤프를 통해서만 2~3년 내 800억~1000억원의 추가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운공대(전자계산학)를 나온 김 대표는 삼성SDI연구원을 거쳐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 중앙일보 뉴미디어본부와 경영기획실 등에서 일한 뒤 2002년 미래나노텍을 창업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