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금괴 변칙거래 … 2조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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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입업체가 수출 등을 목적으로 해 세금을 면제받고 금지금(金地金ㆍ순도 99.5% 이상의 금괴)을 국내로 들여온다.몇몇 도매업체를 거쳐 이 금을 산 '폭탄업체'는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으로 전환하겠다'며 이전에 내지 않은 부가세까지 모두 신고한 후 자신들이 다시 금괴를 판 업체로부터 부가세(판매가의 10%)를 받아 세금을 내기 직전 폐업하고 달아난다.폭탄업체는 처음부터 1~2개월만 영업하고 문을 닫을 작정이었다.
이때 폭탄업체는 부가세를 챙기기 때문에 시세와 상관없이 금값을 대폭 낮춰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폭탄업체에서 금을 산 도매상부터는 사실상 이전 단계에서 매겨진 세금을 모두 '폭탄업체'가 뒤집어쓴 상황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또다시 몇몇 도매업체를 거쳐 '뺑뺑이 거래'된 금은 수출업체에 의해 결국 국제 시세보다 싼 값에 외국으로 수출된다.국세청은 폭탄업체로부터 세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다시 수출 촉진차원에서 이 업체에 부가세를 환급해 준다.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고 국고만 축나는 꼴이다.이들은 모두 한패거리로 폭탄업체는 노숙자 등 '바지사장'을 내세웠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된 금괴를 이용해 무려 2조원대의 국고를 축낸 대기업 금거래 관계자 및 서울 종로 일대 대형 금도매업자들이 약 2년간의 검찰 수사로 사실상 일망타진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한견표) 금지금 전담수사팀은 18일 팀을 해체하면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면세된 금괴라도 수출시 국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세를 돌려받는 현행 세제를 악용해 부가세를 부정 환급받아 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102명을 구속기소하는 한편 16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달아난 수출업자 등 2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L,S사 등 7개 대기업 계열상사와 종로 일대 4개 대형 금도매업체 및 500여개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특히 퇴사한 대기업 금거래업자 등 상당수는 1998~99년 외환위기 때 국민이 모아준 금을 수출하면서 세법상 허점을 파악,이후 형제ㆍ자매나 친인척까지 끌여들이면서 몇 년 만에 수백억원대 재산을 축적하기도 했다.
세금으로 손해를 충당하기 때문에 금값은 오히려 국내로 들어올 때보다 크게 낮아졌다.한 예로 2000년 당시 10억8658만원에 수입된 금 100㎏은 이런 식으로 종로 금시장을 거치면서 몇 시간 만에 5000만원 이상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검찰이 추산하는 국고 손실은 1조3000억원대.세금포탈용 금거래만도 연간 200~300t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금괴를 수입가보다 낮게 수출한 업체들 탓에 연간 약 590억원의 국부 유출도 초래됐다.7개 대기업은 직원들의 불법 행위로 금 수출이 늘어나면서 간접 이득을 얻었고,위조된 수출계약서 등을 첨부해 허위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은 잘못이 있지만 양벌규정 공소시효(3년)가 지나거나 공모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이번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대신 검찰은 업체 실무자를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 용어풀이 ]
◆ 금지금 면세제도=2003년 6월까지 국내거래에서 수출용 원재료로 거래되면 영세율(부가세 0%)이 적용됐다.
2003년 7월부터 2007년 12월까지는 한시적으로 면세 승인을 받은 도매업자 등이 면세 추천을 받은 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할 때도 영세율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