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가서 물건 사고 거스름돈 받고 하는 것은 잘하세요?"(배심원 A)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상황에서 또 살인을 저지를 것 같나요?"(배심원 B)

18일 충북 청주시 청주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두 번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증인과 피고인을 향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쏟아내며 정확한 평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단 한 번의 질문도 나오지 않았던 대구지법에서의 첫 국민참여재판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사건의 피고인은 같은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80대 노인과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이고 과도로 찔러 죽인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28).재판장이 몇 번씩 불러도 변호인이 일일이 알려줘야 쳐다보는 전씨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전씨의 변호인인 홍명기 변호사는 이 점에 착안,전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 술에 만취해 있었고 정신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는 등 주로 감성적인 측면에 치중해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 측은 과도 등 명확한 물증으로 맞섰다.전씨가 범행 전 40분간 산책 나갔다 온 만큼 술에 취하지 않았고 범행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범행 도구인 과도를 세제로 닦는 등 교활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배심원들은 변호사와 검사 간 법리 공방의 제3자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수사 경찰인 정모씨의 증인 심문에서 한 배심원은 범행에 사용된 칼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발견됐는지 여부를 물었다.피고인의 아버지에게는 "전씨가 술 먹고 집에 들어온 뒤에 설거지 등 일상적인 생활을 했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장시간의 증인 심문 뒤 변호인과 검찰 측 최후 변론이 끝나고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어 배심원들은 평의에 들어갔으며 1시간20여분 뒤에 나와 제출한 결과는 검사의 판정승이었다.청주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오준근)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6년을 선고했다.배심원단은 최소 5년에서 최대 7년6개월의 양형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으며 6년형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변호인 측이 강도상해 혐의자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 낸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을 감안하면 검찰과 변호인 측이 1 대 1 무승부를 이룬 셈이다.

청주=박민제 기자/김규환 인턴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