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우려해오던 '철강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작년대비 65% 인상되면서 1차적으로 철강업체에 직격탄이 떨어졌고,철강제품의 수요처인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업계에도 순차적으로 불똥이 튈 전망이다.

현재 협상 중인 유연탄 가격도 비슷한 폭의 인상이 불가피해 국내 산업계가 '철강 쇼크'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특히 조선용 후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선업계는 '수주 급증'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냈던 2005년처럼 수익성이 악화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철강 가격 얼마나 오르나

이번에 가격이 인상된 철광석은 가루 형태의 분광(粉鑛.철 함유량 66.3% 기준)으로 t당 수입가격이 작년 48달러 선에서 올해 79달러로 65%(31달러) 인상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철강제품 1t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철광석은 1.6t가량. 이번처럼 한꺼번에 30달러가량 인상될 경우 철강 생산에 들어가는 철광석 재료비는 50달러가량 뛰는 구조다.

현재 t당 66만5000원에 거래되는 포스코 후판 가격이 70만원대로 8%가량 오를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철광석과 비슷한 폭의 인상이 예정돼 있는 유연탄까지 가세하면 10% 이상의 철강제품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자제해온 가격인상 요인을 이번에 모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가격 인상폭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제2의 후판대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이 작년에 비해 30%가량 인상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미 신일본제철은 현대중공업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t당 220달러의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625달러)에 비해 35% 오른 수준이다.

수주 잔고를 기준으로 세계 1~6위 업체가 모두 국내 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후판값 인상은 곧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경기상황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2003년 후반부터 2005년 초반까지 약 2년 동안 후판 값이 두 배가량 뛰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줄줄이 수익악화에 시달렸다"며 "최근 수주는 원자재 가격과 연동되긴 하지만 단기적인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동차.건설 등도 비상

철강수요가 많은 건설업계는 철강제품 값이 추가적으로 인상될 경우 '집을 지을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철근 수요는 연간 1160만t. 여기에 H형강 등 토목공사에 쓰이는 철강제품까지 합할 경우 국내 전체 철강생산량(5000만t)의 절반가량을 건설업계가 소비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선분양으로 공급돼 이미 분양가격이 확정된 만큼 자재비 인상은 고스란히 건설회사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며 "가뜩이나 11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철강값까지 추가 인상될 경우 업계 전반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원재료 구입비 가운데 철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8.0%(1조368억원). 철강가격이 10% 인상될 때마다 14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아자동차 등 나머지 업체까지 더할 경우 자동차업계 전체적으로는 2000억원 이상의 원가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달 초 냉연강판 값을 10.8% 올린 포스코가 조만간 10~20%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가전분야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에 냉연 열연 전기강판 등 철강재가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원재료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8% 수준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가전제품용 철강재 가격이 약 10%가량 상승한 데 이어 앞으로 10% 정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