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와 과자에 이어 라면 값까지 올라 서민 가계에 주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심은 20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등 스낵 7종의 소매 가격을 100원(6.7~15.4%)씩 일제히 인상한다.이에 따라 신라면은 650원에서 750원으로 15.4%,찰비빔면은 700원에서 750원으로 7.1% 각각 오른다.또 짜파게티는 750원에서 850원(13.3%),무파마탕면과 큰사발면은 900원에서 1000원(11.1%),생생우동은 1500원에서 1600원(6.7%)으로 각각 인상된다.새우깡은 700원에서 800원(14.3%)으로 오른다.대형 마트나 슈퍼 등에선 재고 물량이 떨어지는 다음 달쯤 순차적으로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농심의 가격 인상은 치솟는 원재료 가격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작년 초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격인상 압력을 받아 왔으나 웰빙 파고에 밀려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서민 필수품인 라면의 특성을 감안,제품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다.하지만 끊임없는 국제 곡물가격의 고공 행진에 따른 부담으로 최종 인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국제원자재 시세가 급등하면서 주요 원료 구입가격도 인상(밀가루 50%,팜유 94%,미강유 55% 등)됐기 때문"이라며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최소한의 범주에서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농심은 밀값 상승 추이에 따라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삼양라면 오뚜기 등도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삼양라면은 사실상 이달 중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할 예정이며 오뚜기는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제품과 음료 가격도 일제히 인상된다.원유 가격 인상에다 기름값까지 올라 운송비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롯데칠성은 20일부터 사이다 주스 커피 등 20여종의 음료 소매가격을 4~12% 인상한다.해태음료도 3월1일부터 주력 제품인 썬키스트 후레쉬100 오렌지주스 등 13개 품목을 3~10% 인상키로 했다.빙그레도 21일부터 쾌변요구르트(150.ℓ)와 요플레홈사이즈(220.ℓ)를 각각 1300원과 1500원으로 8%와 11% 올린다.

잇단 제품가격 인상은 국제 곡물가격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밀가루 가격은 작년 한 해 50% 올랐다.올 들어 사재기에 투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고급 밀가루 국제 시세는 올 들어 한 달 반 사이에 90%나 치솟았다.지난 15일 현재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급 밀의 가격은 부셸당 19.88달러에 거래됐다.이는 불과 1년 전에 비해 3배나 오른 것으로 사상 최고가다.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주원인이다.여기에 국제유가 급등도 제품 가격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부산에서 미국 동부까지의 운임료는 FEU(40피트 규모 컨테이너 1개 분량)당 작년 3500달러에서 4000달러로 14%가량 올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