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거듭해온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막판 협상까지 실패로 돌아가고 새 정부의 정상적인 조각이 결국 무산됐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어젯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장관 13명과 특임장관 2명만 지명하고,통폐합 대상인 5개 부처 장관은 비워 두는 기형적 조각 명단을 발표했다.파행적인 정부 출범이 불가피해진 상황이고 보면,정부 출범 시작부터 비정상적 국정운영과 그에 따른 혼선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살리기의 첫걸음인 '작고 효율적인 정부' 실현을 위해 노력했으나 정부 출범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정치권의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협상 실패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해지고,정국도 급속히 경색될 게 분명해지면서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정치권의 극한적인 대립과 당리당략에 파묻힌 구태정치로 엄청난 부작용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 출범의 파행은 말할 것도 없고,새 정부 출범 후에도 여당과 야당 간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자칫 17대 국회가 끝나는 5월까지 정상적인 국정운영 자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다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이다.당장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지 않으면 안될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비준동의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 빠졌고,새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규제개혁 등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도 제동이 걸릴 게 불보듯 뻔하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국정운영을 파행으로 몰아가서 어쩌자는 것인지 정말 한심스러운 일이다.지금은 경제살리기가 최우선적인 과제이고 획기적 규제개혁,신성장산업 발굴과 육성,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이 당장 시급하다.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합의를 서둘러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하루빨리 정상궤도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국민의 일치된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