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 美하워드대 교수·경제학 >

모두들 한국이 선진 사회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의욕적인 정책들도 쏟아져 나온다.그런데 선진 사회란 무엇인가.필자는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믿는다.첫째는 1인당 개인 소득 증대,둘째는 상위층과 하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화되지 않아야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계층 간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이 원활해야 한다.

현재 한국 현실은 어떠한가.향후 실질 GDP가 4% 전후의 성장률로 증가할 것이라 하지만 확신할 수만은 없다.하이테크(High-tech) 위주로 진행되는 기술진보와 빠른 세계화 추세를 고려할 때 가계 소득 분포도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지니 계수에 의한 평균적인 소득 분포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문제는 상위 소득권과 하위 소득권 사이의 소득 분배 격차는 9배에 달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상황이고 그 격차는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옛날보다는 모두가 잘 살고 있지만,시간이 갈수록 상위 계층의 소득이 일반 국민들의 소득보다 훨씬 크게 증가한다는 데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불만이 축적되면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에 위협을 주게 된다.이것이 상위층과 하위층 간의 소득격차가 정책 당국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6ㆍ25전쟁 이후 계층 간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져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유층으로 이동하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그런데 앞으로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확률,즉 사회적 이동률이 점점 낮아질 것이다.이것이 가난이 세습되는 계층 사회로의 환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 모두가 한국이 선진 사회가 되는 것을 갈망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 사회는 선진 사회로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이 문제의 타결책은 인적 자본의 확충에서 찾아야 하지만 여러 장애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그 중에서 제일 큰 요인은 일본 식민지 시절의 잔재인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날로 세계화되며,하이테크화해 가는 사회에서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교육제도가 정착돼야 한다.새로운 교육제도는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일하는 지식을 가진 인재(knowledge workers)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야 비로소 경제성장은 선진사회를 뒷받침할 수 있게 된다.

소득격차를 단숨에 해소하기는 어렵다.왜냐하면 재산의 상속뿐 아니라 좋은 교육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은 많은 인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데 비해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은 좋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없으니 인적자본의 축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따라서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이를 막으려면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끔 정부와 사회 주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국비 장학생,교육을 위한 은행 융자뿐만 아니라,졸업 후 일정 기간 군의관이나 정부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든가 또는 시골의 학교나 기관에서 복무한다는 약속 아래 정부가 모든 교육비를 제공하는 등의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모두가 평등한 좋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정착될 때 한국의 선진 사회구축에 모두가 참여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한국은 선진 사회로 변하게 될 것이다.교육의 혁신만이 유일한 선진화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