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수출 금지뒤 수입선 바꾸며 운송거리 증가

中 육로교통 마비로 해상수송 늘며 운임도 올라

최근의 중국 폭설로 해운업계가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고 있다.

최악의 '눈폭탄'을 맞은 중국이 석탄 수출을 금지하면서 해운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실상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폭설 덕에 '톤-마일수(해상운송거리)'가 증가하고,중국 내 해상물동량이 크게 느는 등 악재가 호재로 뒤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만포인트 이상 치솟았다가 올 1월 '반토막'이 났던 BDI지수(Baltic Dry Indexㆍ세계 26개 항로의 벌크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한 건화물 운임지수)는 공교롭게도 중국이 석탄 금수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1만1039까지 올랐던 BDI는 올 초 바닥(5615)을 찍은 후 중국이 석탄 수출 금지를 발표한 다음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지난 14일 7212로 7000선을 회복한 뒤 18일에는 7381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해 폭설사태에 따른 중국의 석탄 금수조치가 벌크선의 '톤-마일수'를 증가시켜 BDI 상승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선주협회 관계자는 "한국 대만 일본 등이 가까운 중국 대신 호주 인도네시아로 석탄 수입선을 바꾸면서 BDI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벌크선 기항지가 장거리로 바뀌면 벌크선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 값과 운임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중국 금수조치의 장기화에 대비해 우리 정부가 호주 등으로 석탄수입선 변경을 검토하자 '톤-마일 수'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벌크선 운임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유연탄 수입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대만 일본이 한꺼번에 수입선을 호주 인도네시아로 변경할 경우 BDI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실제로 중국 폭설로 석탄 선적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대체지인 호주 뉴캐슬항 대기 선박 수는 지난달 넷째주 28척에서 이달 초 41척으로 13척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의 도로,철도망이 폭설로 마비되면서 중국 내 해상운송이 급증한 것도 BDI 상승을 부채질했다.STX팬오션 관계자는 "중국 북부의 석탄을 남부로 운반하는 해상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중국 선사인 차이나시핑이 해외에서 운항중이던 벌크선 125척을 국내로 돌렸고,코스코(COSCO)도 국내용 34척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라며 "이처럼 중국 측이 한꺼번에 벌크선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단기간에 BDI가 반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폭설 사태가 3월 말까지 지속되는 등 장기화되면 BDI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따라서 해운업계의 '중국 폭설'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