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본주의를 느끼려면 오마하로 가고,한국의 자본주의를 느끼려면 파주로 가라.'

5년쯤 뒤에는 주식시장에서 이런 말이 회자될지도 모르겠다. LG필립스LCD가 올해 주주총회를 색다르게 열 계획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매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을 본따 파티 형식의 주총을 마련키로 한 것. 물론 약간의 다과만 제공되는 조촐한 파티이지만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한 새로운 시도다.

19일 LG필립스LCD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장소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아닌 파주공장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이곳에서 주주들과 경영진이 원형 테이블에 사이좋게 둘러 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 당초 서울 시내 호텔로 주주들을 초청할 생각이었지만 주주들에게 8세대 라인 건설 진행 상황도 보여줄 겸 파주로 장소를 정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국내 기업 주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사라진다. 동원된 주총꾼들이나 직원들이 "찬성합니다"나 "재청이요"를 외치면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서둘러 행사를 끝내는 틀에 박힌 형식을 과감히 탈피하기로 했다. 주총에는 순수 주주들만 초대하고,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사봉은 아예 없애기로 했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회사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조언과 질책을 경청하고 회사 측의 경영방침을 알리는 대화의 장으로 삼아 새로운 주총 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권영수 사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총은 네덜란드 필립스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새 출발을 결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LG필립스LCD의 새로운 시도가 더욱 관심을 끈다. 회사 측은 이번 주총에서 LG디스플레이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사진을 교체한다.

특히 필립스 측에서 파견됐던 두 명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각각 미국 LCD TV협회 회장(브르수 버코프)과 일본 소니 출신의 엔지니어(나카무라 요시무라 울데이지 대표)로 교체,실질적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