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농심이 오늘부터 라면과 스낵류 소매가격을 6.7~15.4%씩 인상키로 한 데 이어 동종(同種)업체들도 곧 뒤따를 태세다.유제품과 음료 가격 또한 4~12%씩 일제히 인상된다.그렇지 않아도 휘발유 가격 급등이다,등록금 인상이다 해서 서민들은 허리가 휠 지경인데 기초생필품 가격마저 치솟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예사롭지 않은 물가오름세는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9%나 뛰어올라 3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3.6%의 상승률을 나타냈던 지난해 12월보다도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졌다.한국은행 물가관리목표치(2.5~3.5%)를 훨씬 웃돈다.1월 생산자물가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나 올라 3년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고 보면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물가오름세의 원인이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국제 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과 곡물 시세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국내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포스코가 철강제품의 주원료인 철광석 수입 가격을 한꺼번에 65%나 올려 줄 수밖에 없었던 것만 보더라도 최근의 국제상품시세가 얼마나 앙등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로서는 시작단계에서부터 곤혹스런 처지에 빠진 셈이다.게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도 1월 물가상승률이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로 치닫는 형편이어서 어려움이 한층 크다.자칫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排除)하기 힘들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물론 지금 여건은 금리 환율 등 정책수단 운용에 큰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기업투자 및 소비 활성화,물가억제 등을 위한 특단 대책 마련은 한시도 미뤄서는 안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