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KTF 사장에게 '쇼(SHOW)' 브랜드를 내놓은 과정은 그야말로 '쇼'였다.지금은 '쇼'가 휴대폰 동영상 통화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브랜드 준비에 오랜 기간이 걸린 데다 '쇼'라는 브랜드에 대해 안팎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조 사장은 최종 결정 단계에서 '쇼'를 선택했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KTF가 '쇼'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작년 3월1일로 열흘 있으면 1주년을 맞는다.조 사장으로부터 '쇼' 탄생비화와 론칭 성공 뒷얘기를 들어봤다.쇼 출범 전 조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이라는 낯설기 짝이 없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용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쉽게 전달할까'였다.

"실무진이 380개 브랜드 후보를 30개로 압축해 저에게 보여주더군요.그때 '쇼'가 괜찮다는 생각을 했죠.최종 후보로 'W''비욘드(VYOND)''쇼'가 올라왔는데 임원회의에서는 'W'가 안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결국 팀장이나 임원들을 설득해서 '쇼'로 결정했습니다."

왜 '쇼'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조 사장은 "브랜드는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고,짧을수록 좋다"면서 "3세대 서비스가 동영상 전화라는 비주얼한 의미도 있고 음악 비디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쇼'가 최적이었다"고 답했다."WCDMA가 통신혁명인 만큼 이름도 혁명적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모회사인 KT까지 '쇼' 브랜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그러나 조 사장은 모회사도 거뜬히 설득해냈다.그는 "쇼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얼마든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브랜드 출범 초기에 부정과 긍정이 충돌한다면 브랜드에 대한 화제가 증폭되고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파격적으로 접근해야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1등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다는 조 사장의 신념은 적중했다.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를 등장시켜 광고를 시작하면서 '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불어넣기 시작했다.'쇼 곱하기 쇼' 광고는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노부부의 광고 대사도 화제가 됐다.

마케팅 용어로 고객이 맨 처음 떠올리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톱 오브 마인드(Top of Mind)'라고 하는데 '쇼'의 톱 오브 마인드가 70%를 넘어 80%까지 이르렀다고 조 사장은 소개했다.그는 '쇼'광고가 아직 매출에 크게 반영되진 않지만 보조금 머니게임 성격이 강한 이동통신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천천히 장기적으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재즈가수로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쇼를 하라 쇼~"를 직접 실천한 셈이다.요즘에는 국내외 기관과 단체,대학 등에서 '쇼' 브랜드에 대해 강의하곤 한다.서울대 외국어대 연세대에서 브랜드 네이밍(작명)과 마케팅은 물론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강의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