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이 가칭 '국민금융지주' 출범 때 강정원 행장의 금융사 회장 겸임을 추진하고 있다.지주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일시적 조직 불안정성을 막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또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국민은행의 해외 진출을 적극 꾀하고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국민은행은 다만 지주 체제가 정착되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강 행장은 앞으로 2∼3년가량 겸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면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일시적으로 겸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겸임 혹은 분리 때 예상되는 장.단점을 두루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지주 체제 초창기엔 CEO 분리에 따른 혼란이나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사례를 눈여겨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출범 때 윤병철 지주 회장과 이덕훈 은행장으로 최고 의사 결정 라인을 구성했다.하지만 윤 회장과 이 행장의 잦은 의견 충돌로 갈등이 불거졌으며 2003년엔 금융감독 당국과 감사원이 개입하는 일까지도 빚어졌다.

이로 인해 우리금융지주는 2004년부터 황영기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체제로 바꿨다.우리금융지주는 이 때부터 급성장,2006년 말엔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우리금융지주는 지주 체제가 정착된 지난해 다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

국민은행은 지주 체제 전환 때부터 CEO를 분리해 놓으면 우리금융지주의 초창기 우(憂)를 범할 가능성을 피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이나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최고경영자 한 명이 오랫동안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온 만큼 CEO를 분리해 지주 체제로 전환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는 현재 국민은행의 상황과는 다소 다르며 국민은행의 지주 체제가 어느 정도 뿌리내리면 그렇게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현재 자회사를 다 합쳐 봐야 자산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1% 수준에 그치는 데다 국민은행이 해외 진출 등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만큼 당분간 겸임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견해를 모아가고 있다.당장 한누리투자증권을 통한 증권업 확대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 은행 인수 등을 진행하려면 강 행장이 총지휘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얘기다.

금융계에서도 국민은행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다.신한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국민은행이 체제를 개편하면서 의사 결정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지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CEO 1인에게 지나치게 권한을 많이 주면 지주 체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국민은행은 이르면 오는 9월 말까지 지주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