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정부 조각(組閣) 발표 이후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는 조짐이다.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의 통폐합 대상을 제외한 13개 부처 장관과 2개 특임 국무위원만 현행 법에 따라 지명한 것은,당장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통합민주당 측이 심하게 반발하면서 인사청문 등 앞으로의 절차를 거부할 태세이고 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당 기간 국정 마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부처에 장관이 없는 '반쪽 정부' 체제가 오는 4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여당과 야당간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그에 따른 정상적인 내각 출범은 잘해야 총선 이후 6월의 18대 국회 개원 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이 끝까지 청문회를 거부하더라도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3월 말까지는 국무위원들을 정식 임명해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그렇더라도 새 정부 출범후 상당 기간 비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피하다.새 정부가 가장 의욕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출범 초기부터 손발이 묶인 채 국정혼란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최선의 방안은 새 정부 출범 이전 정치권의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타결되고,청문회 일정을 최대한 단축함으로써 새 정부의 조직이 정상 가동되도록 하는 일이다.다시 여야간 협상을 서두르고,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만이라도 우선 진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애기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 총선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하지만 정치권은 새 정부가 하루빨리 조직을 정비해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그렇지 않아도 안팎의 경제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야당 또한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돕는 것이 순리(順理)이고 국정의 공동책임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야당이 끝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정을 파행으로 몰고간다면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