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명단 발표를 강행한 이명박 정부가 정상 출범하기까지의 시나리오는 쉽사리 점치기 힘들다.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두 사안이 순조롭게 풀리면 국정공백은 그리 길지 않다.그러나 이달 임시국회에서 해결되지 못할 경우,상황은 단정하기 어렵다.3월 임시국회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통합민주당의 격앙된 분위기로 봐서 개회되기 쉽지 않다.최악의 경우 새 조직법에 따른 내각 출범은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이 돼야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그것도 한나라당이 '4.9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명박 당선인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는 새 정부 출범(25일) 이전에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타결되고,청문회도 이달 내에 끝내는 것이다.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내각의 진용을 완벽하게 갖춰 출범할 수 있는 것이다.국정공백은 며칠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초반 국정 운영은 크게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심재철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20일 상임위를 열어 청문회 개최 및 증인.참고인 채택을 의결한다면 27일엔 청문회를 열 수 있고,국회의장이 직접 28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통합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현재의 상황으로 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통합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 응하더라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선은

통합민주당이 장관 인사청문회를 엄격하게 할 경우,보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적어도 내달 초반 정도는 돼야 새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때까진 현 정부의 장관이 그대로 직을 이어가게 한다는게 청와대 측과 이 당선인 측의 구상이다.

이 당선인이 지난 18일 발표한 장관 후보자들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라도 청문회를 거친 뒤 정식으로 임명되기 이전엔 정부 부처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방안이다. 국정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워보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의 장관들'이 국무회의에서 만나게 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공무원들은 현재의 장관과 차기 장관 사이에 우왕좌왕 하면서 극심한 혼선이 불가피하다.

그때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새 조직법에 맞춘 내각 출범은 3월 초에도 가능하다.그러나 개편안 협상이 결렬되면 현재의 18부 중 13부 장관만 임명되고 5부는 기존의 장관이 그대로 일을 하거나 차관이 대행하게 된다.'절름발이' 국정운영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최악 상황은

청문회 진행 자체가 안될 경우,최장 한 달가량 '신.구 정부'의 동거는 불가피하다.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요청안이 제출된 지 20일 이내에 끝내도록 돼 있다.그러나 '국회가 부득이한 사유로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끝내지 못할 경우,대통령이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그나마 안 될 경우 대통령은 장관을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통합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 청문 절차가 진행이 안 되면 대통령의 장관 임명 시점은 내달 중순 이후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

이때까지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타결되면 파행 국정운영은 한 달로 완전 '스톱'될 수 있다.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이 이때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총선 정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17대 국회가 마감하는 5월 말까지 통폐합되는 부처는 장관 없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통폐합되는 부처들의 주요 정책 결정들이 미뤄지면서 새 정부 출범 후 100일을 허송세월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셈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