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휴전을 평화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나름대로 그런 믿음을 실천에 옮겼다.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졌다.새 정부 출범으로 33년 외교관 생활을 정리하는 그는 "한반도 평화 건설을 위한 역사의 현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영광"이라고 소회를 말했다.마지막까지 "근대사의 질곡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분단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며 소신도 역설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 대표,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외교 수장에 오른 북핵 협상가다.그가 청와대 근무 때 주도한 이른바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지금까지 6자회담을 유지시키는 숨은 동력이다.외교부 직원들은 2006년 상반기 이 구상이 나왔을 때 미국과 북한의 반응이 얼마나 미적지근했는지를 기억한다.일부 외교관들은 "내부에서도 되겠느냐고 의심했다.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돌아봤다.송 장관 본인 말대로라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한국의 분단극복과 통일이 왜 다른 나라들에 유익한가를 주변국들이 냉정하게 인식할 수 있게끔 설득하는 작업"이었다.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김정일 정권은 경제발전과 안보를,중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번영을,부시 정부는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주도권을 공유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는 특히 부시 정부의 설득에 힘을 기울이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물론 2006년 10월 북의 핵실험 강행이 있었고 북핵문제가 당초 짜여진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

다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언급대로라면 정체된 6자회담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이날 한국 정부가 주는 수교훈장을 받은 힐 차관보는 "북한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며 기대치 섞인 소식을 기자들에게 들려줬다.

송 장관의 희망이나 힐 차관보의 전언대로라면 조만간 6자회담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설사 순항한다 해도 타결이라는 고지에 다가설수록 협상의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힘든 코스가 될 것이다.

정지영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