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우리은행이 홍콩에 전문 투자은행(IB)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을 세우자 우려가 쏟아졌다.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세계 100대 은행 중 70여곳을 포함,200여개의 세계적 금융기관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 경험이 일천한 국내 은행이 인력 13명,자본금 5000만달러로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업 1년 만인 지난해,홍콩우리투자은행은 투자액의 4분의 1인 1200만달러(약 113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우수 IB 인력이 몰리며 직원도 44명으로 늘었다.최근 3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출범시키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자 유명 해외 IB들이 투자를 제의해 왔다.6개월간 협상을 거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미국계 보험사인 A그룹이 다음 달 2500만달러(지분 25%)를 투자한다.

위험을 무릅쓴 IB식 투자가 성공한 것이다.우리은행 IB는 홍콩IB뿐 아니라 지난해 우림건설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건설 중인 애플타운 개발사업에 참여,210억원을 벌었으며 러시아 사할린 올림피아리조트 콤플렉스 개발사업,사우디 라스알주르(Ras Az Zawr) 담수발전 개발사업 등 해외 30개국에서 사업을 벌여 409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또 단군 이래 최대인 28조원짜리 용산역 역세권 개발사업(예상이익 1000억원)에도 주간사로 참여한다.

이처럼 많은 투자가 성공을 거두면서 우리은행 IB가 재기의 날개를 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채담보부채권(CDO)에 투자했다가 4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우리은행은 한때 직원들이 이탈하고 영업이 공전되는 어려움을 겪었다.선진 IB들도 피해가지 못한 손실이라지만 적지 않은 '출혈'로 IB 사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손실을 과감히 털어내고 혁신에 돌입했다.IB 투자를 전문 관리하는 IB심사부를 신설하고 IB본부 내부에 IB리스크심의회를 설치해 심사의 전문성을 높였다.또 전 직원이 매일 자신의 업무 내용을 기록하는 '딜 다이어리'를 쓰도록 했다.

홍대희 IB담당 부행장은 "IB는 위험성이 있는 반면 수익성이 매우 큰 사업"이라며 "이번 기회에 철저히 위험을 관리해 IB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IB사업부의 올해 수익목표는 1조원.지난해 집행한 1000억원의 자기자본 투자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30개국에서 50% 이상을 벌어들일 계획이다.올 들어 러시아 사할린 시정부와 MOU(양해각서)를 맺고 경제 개발 프로젝트에 금융주간사로 참여키로 하는 등 시작도 좋다.

홍 부행장은 "공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며 "2008년을 우리은행 IB본부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은행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IB밖에 없기 때문이다.우리은행만 해도 지점 1곳의 1년 영업수익이 25억원 정도지만 IB부문은 1인당 3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박해춘 행장이 있다.박 행장은 지난해 12월 강원도 홍천에서 열렸던 IB 본부 '워크숍'에 참석,"진짜 리스크는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라며 "다 털고 만회에 주력하라"고 격려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