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비즈니스' 물꼬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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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개혁추진…美 경제봉쇄 해제가 열쇠
미국에 대해 강한 대립각을 세워온 카스트로가 물러나고 보다 실용적인 노선의 후계자들이 권력을 승계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투자와 교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카스트로 의장이 사임을 발표한 19일엔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뉴욕증시에서 쿠바 인근 캐러비안 지역에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헤르츠펠트 캐러비안 펀드'의 자산가치가 장중 20% 이상 치솟기도 했다.
◆라울,중국식 사회주의 관심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을 차기 국가원수로는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76)이 유력하다.라울은 2006년 7월 카스트로가 장출혈 수술을 받은 후 임시 대통령으로서 실제 권력을 행사해 왔다.라울은 형에 비해 실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라울은 공개적으로 쿠바 경제의 비효율성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고 농업 부문의 중앙통제 탈피 등 제한적 개혁을 추진해 왔다.그는 특히 개혁ㆍ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라울은 지난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 '쿠바의 변화를 위해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중남미 좌파 정치권 내에서도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시사했다.이 때문에 라울 체제 하에서는 쿠바도 좀 더 적극적으로 경제를 개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은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 여부다.미국은 1959년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해 정권을 세운 후 외교를 단절하고 금수조치를 취하는 등 쿠바 고립정책을 펴왔다. 2000년부터 식량 및 의약품의 대쿠바 수출은 허용했지만 그 밖의 품목들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견제는 서방국가들이 쿠바에 투자하거나 교역관계를 맺는 데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만약 미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왔던 카스트로가 후선에 물러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된다면 대 쿠바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카스트로의 사임 소식에 캐러비안 일대를 운항하는 선박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향후 금수조치가 풀릴 경우 쿠바와의 비즈니스에서 수혜를 볼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KOTRA 아바나 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쿠바의 주요 교역국은 베네수엘라 중국 스페인 등으로 2006년 기준 수출액은 97억달러,수입액은 100억달러 수준이다.힌국은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자동차,발전기,에어컨 등을 지난해 2억1400만달러어치 수출했다.
◆미 금수조치 해제 시간 걸릴 듯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수조치 해제 같은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미국 정부는 이번 권력이동이 '독재자에서 또 다른 독재자로 이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은 카스트로의 사임 발표 후 "금수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들도 카스트로의 사임만으로는 부족하며 쿠바에 진정한 민주적 변화가 있어야 관계 정상화와 무역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카스트로 의장이 건강 때문에 국가평의회 의장직과 군 최고사령관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카스트로 의장은 퇴임 성명에서 "이것은 작별 인사가 아니다.나의 유일한 소망은 사상의 전투에서 한 명의 병사로서 싸우는 것"이라며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고 이는 여러분이 의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