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에는 대부분의 발기부전이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기부전의 60∼70%는 신체 질환 때문에 생기는 기질적 발기부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성인병 때문에 발기부전이 생기는 게 아니라 발기부전을 혈관질환의 시작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음경혈관의 직경은 평상시 0.5㎜였다가 발기하면 약 0.7㎜가 되는데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으로 혈관의 동맥경화가 촉진되면 가장 먼저 가늘고 예민한 음경혈관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다시 말해 발기부전 여부,음경혈관의 건강 상태는 전신건강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대규모로 시행된 남성노화연구(MMAS)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의 심한 발기부전이 있는 환자는 발기부전이 없는 남자에 비해 10년 내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65%,뇌졸중이 일어날 확률이 47% 더 높았다.

고혈압환자에서 발기부전 동반율은 35.2%로 정상 대조군의 14.1%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혈압을 앓은 기간이 길고 정도가 심할수록 발기부전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이는 고지혈증은 혈관의 동맥경화를 직접적으로 초래해 발기반응을 둔감하게 만들고 발기조직 자체를 변형시킨다.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은 규칙적 운동과 절주 소식으로 늘어나는데 60㎎/㎗ 이상이면 아주 좋고 40 이상이라야 건강에 문제가 없다.연구 결과 이 수치가 60 이상이면 발기부전 위험도가 보통 사람의 10분의 3 정도에 불과한 데 비해 40 이하면 그 위험도가 매우 높았다.

비만도 체질량지수(BMIㆍ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ㆍ㎏/㎡)가 30 이상의 고도비만이면 발기부전 유병률이 95.7%로 24.9 이하(위험체중 기준 이하)의 60.9%보다 높았다.

당뇨병은 발기부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국내외 연구 결과 당뇨 환자의 23∼59%가 발기부전을 겪고 있고 당뇨병이 있으면 발기부전 유병률이 정상인의 3배에 달하며 5∼10년 더 일찍 발기부전이 나타난다는 결론이다.당뇨가 오면 혈관의 신축성이 떨어짐은 물론 성기능 관련 호르몬 분비가 줄고 자율신경계에 변성이 일어나 성적 자극에 대한 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오래될수록 발기부전은 치유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40대의 경우 21% 안팎이다.미국의 39%에 비해 적지만 세계 평균인 11%보다는 월등히 높다.경제 수준 향상으로 대사증후군(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저HDL혈증 등 5가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 환자가 늘고 있고 경쟁 스트레스가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당장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으로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날려버리는 것이다.200㎉가량의 열량을 소모하는 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면 발기부전의 위험이 절반 이하로 감소된다.보통 성인의 경우 줄넘기는 15분,수영 20분, 빨리 걷기와 자전거는 1시간에 해당하는 운동량이다.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을 줄이고 채소 생선 위주의 담백한 식사도 필요하다.

건전한 생활을 통해 세포 전체를 새롭게 교체하는데 최소 3년이 걸린다는 게 일본 학자들의 주장이다.몸 곳곳에 끼인 기름찌꺼기,담배 니코틴,혈관과 세포에 나타난 염증과 혈전 등을 씻어내는데 걸리는 기간이라고 한다.즐거운 성생활을 하며 약에 의존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활력있게 보내려면 당장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