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의 권한은 축소하고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법률안(금융위 설치에 관한 법률)대로 금융위가 금융법령뿐만 아니라 감독규정의 제ㆍ개정권까지 갖고 금감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권까지 행사할 경우 정부와 민간 감독기구 간 견제와 균형이 힘들어지고 자칫 '관치금융'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따라 막강 금융위 출범으로 '금융회사 검사소' 정도로 전락할 뻔했던 금감원은 '금융검찰'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 위상 강화

20일 여야가 합의한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금감원을 일방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도록 금감원장을 금융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당초 법안에는 금감원장을 배제하고 금감원장 추천 1인으로 돼 있었다.이에 따라 금융위 당연직 위원은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 2명,기획재정부 차관,한국은행 부총재,금감원장,예금보험공사 사장,지식경제부장관 추천 1인 등으로 바뀌었다.

금감원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도 당초 금융위원장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겨졌다.금융위 의결 절차를 거침으로써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에 대한 인사권을 단독으로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이와 관련,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시ㆍ감독 조항'도 '지도ㆍ감독'으로 수준을 완화키로 했다.

또 당초 금융위 사무처 공무원에 부여하려던 금융협회에 대한 검사권을 없애기로 했다.이에 따라 각종 협회,증권선물거래소,예탁원에 대한 검사권은 금감원이 단독으로 갖게 된다.

◆인사ㆍ예산권 금융위가 통제

금감원의 인사ㆍ예산에 대한 독립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다.특히 금감원 임원에 대한 금융위의 임명권이 그대로 유지됐다.금감원 부원장 및 부원장보의 경우 금감원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게 된다.금감원은 감독업무가 금융정책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선 인사권의 독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아울러 금감원에 대한 금융위의 예산통제권 역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금감원장이 금융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안건상정 요청권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업무범위 추후 논의

여야는 금감원의 업무범위와 관련,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업무 위임ㆍ위탁 근거를 법에서 마련하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위탁업무를 열거하도록 했다.금감위 관계자는 "감독업무와 관련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업무분장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며 "시행령을 만들면서 구체적인 업무분장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위가 갖게 될 금감원 규칙 제ㆍ개정 사전승인권을 삭제키로 했다.대신 사후시정 조치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금감원 규칙은 감독규정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침을 말하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