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훈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mwsung@snu.ac.kr >

종종 우리는 유명 인사가 어떤 질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흥미있게 듣는다.유명 인사 중에는 역사적인 인물도 있고,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셀레브리티'들도 있다.이런 유명 인사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고,또 이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일반인들에게 의학에 대한 교육,특히 어떤 병에 대한 예방이나 적절한 대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유명 인사의 질환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갖게 된다.

질병과 연관해 생각나는 우리 주위의 유명 인물로는 폐암으로 고생했던 이주일씨나 갑자스러운 자살 소식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가수 김광석씨,영화배우 이은주씨 등이 있다.역사적인 인물로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소아마비로 생각되는 병을 앓았고,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했다.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고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이전까지 정부나 의료 단체들이 시도했던 어떤 홍보나 교육보다 효과적으로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일반 대중에게 홍보,흡연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그런가 하면 유명인들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잠재적 우울증 환자들이 미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또 레이건 전 대통령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연구와 치료 방법 발견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유명인들의 질병 공개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한편으로는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에서 보듯이 그들이 질병과 싸우는 과정이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개인의 신상정보 노출 문제는 물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결여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명인은 이미 '공인'이 된 것이라지만 신상정보,특히 건강과 관련한 정보가 노출돼도 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아무리 '공인'이라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신상정보가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바다에 떠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투병 중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데 솔선수범한 이주일씨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불행을 교훈 삼아 타인의 행복을 추구했던 진정한 '공인'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