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한 금융위원회 신설이 예정되면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이번 기회에 정부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와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재의 감독기능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그 조직도 정부기구보다 민간기구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한국적 실험'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중적 감독 기능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그 효율성과 중립성에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세계적으로 금융감독 기능이 통합ㆍ강화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 감독체계의 벤치마킹을 일본의 금융청(Financial Services Agency)으로 하느냐,영국의 금융감독청(Financial Services Authority)으로 하느냐의 문제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두 나라 모두 통합 금융감독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은 전혀 다르다.

일본은 1998년 당시 총리부 산하에 금융감독청을 신설했으며,2000년 대장성의 금융기획 업무와 금융감독청을 통합한 금융청이 설립돼 내각부 산하 정부조직이 됐다.막강한 권한을 지닌 금융청에서 법안 제출,인가,검사,제재권 등 포괄적인 입법 행정권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과 조기시정조치 같은 건전성 위주의 감독업무가 수행되고 있다.이런 일본의 금융감독은 금융정책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 다소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금융감독청은 2000년 재무부와는 별도로 경영 및 인사 독립을 이룬 공적 민간자율기구로 설립됐다.은행,보험회사,투자회사,주택금융조합 등 각 금융회사의 인허가 및 감독규정 지침 등의 제ㆍ개정뿐만 아니라 건전성 감독,금융시장 및 지급결제제도 등의 폭넓은 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그렇지만 영국의 금융감독은 금융의 소비자나 공급자의 입장에서 금융시장이 보다 질서 있고,공정하고,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일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를 일본처럼 감독기능이 정부기구 속에 남아있게 한다면 부처 내 상이한 정책 목표가 서로 대립하면서 금융감독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소감독 또는 과잉감독 현상이 나타날것이다.그렇다고 금융기관의 시장규율이 영국처럼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민간기구화하는 것도 문제다.서브프라임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불안은 주로 대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이 경우 사전적 금융감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당국과의 긴밀한 거시경제적 협조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서서히 금융시장 중심의 원칙과 위험관리에 초점을 둔 감독시스템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다.특히 내년 한ㆍ미 FTA 시행으로 금융시장 개방이 확대되고,자본시장통합법 실시로 금융상품의 경계가 사라지면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쏟아지는 등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반드시 감독체계의 차이 때문은 아니지만,일본의 금융경쟁력은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반면에 영국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허브를 갖추고 세계 최대의 금융수출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 절실한 우리 상황에서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감독시스템을 목표로 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