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전에서 시원한 골문을 터트리며 관심받고 있는 허정무 호의 곽태휘(27ㆍ전남)선수가 왼쪽 눈이 실명상태라는 사실이 뒤 늦게 밝혀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곽태휘는 대구공고 시절 강하게 날라오는 축구공에 왼쪽 눈을 맞아 중상을 입었고, 12시간이 넘는 대 수술에도 불구하고 왼쪽 망막이 손상 돼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곽태휘 선수는 눈 부상 뿐 아니라 평발에다 과거 어깨 부상으로 완전한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것이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전에서 골을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인간 승리다. 그의 투혼에 찬사를 보낸다"라며 응원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곽태휘 선수의 실명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곽태휘 선수의 아내 강수연씨가 보낸 애정편지의 힘이 컸다.
아내 강수연씨는 곽 선수가 경기를 마친후 "곽군에게…"로 시작하는 애정이 담긴 편지를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편, 곽선수와 함께 대표팀의 수비를 맡고 있는 곽희주(수원 삼성)도 한쪽 눈 실명한 사실이 알려졌다.
다음은 아내 강수연씨가 보낸 편지 전문.
어제 TV로 동아시아대회 중국전을 조마조마해하며 지켜봤어. '이겨야 되는데'하면서 보는데 당신이 그렇게 멋진 골을 성공할 줄이야. 6년 동안 당신 경기를 계속 봤는데 왜 이제야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거야. K리그에서 매년 한골 정도씩 넣던 당신이 올해 들어 A매치 3경기에서 2골을 넣다니.
경기가 끝나고 당신이 전화 했을 때 "잘했어" 밖에 할 말이 없더라. 경상도 사나이인 당신이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기뻤어. 요즘 신문이나 TV를 봐도 온통 당신 이야기 뿐이야. 당신 보고 '꽃미남 수비수'래. 어떻게 알고 팬들은 내가 당신을 부르는 호칭인 '곽군'도 사용하더라. 여성팬들도 많이 생겼대. 질투가 나지만 기분은 좋아.
2002년 4월 30일 기억나지?(우리 휴대전화 뒷번호)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당신 첫 인상은 쾌활하고 긍정적인 모습 그 자체였어. 2004년인가, 대학교 4학년 때 연습경기에서 어깨를 다쳐 고향에서 누워 있으면서도 나와 함께 있을 시간이 많이 생겨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했던 당신이잖아. 2006년말 FC서울에서 이적 통보를 받았을 때도 3일 정도 힘들어 하더니 전남에서 다시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되찾는 당신을 보며 '내가 평생의 동반자를 잘 골랐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어.
당신에게 가장 아쉬운 건 아직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다는 거야. 2006년 4월 엄마에게 "너 태휘랑 결혼한다며? 내가 허락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 왜 나한테 프로포즈 안하고 엄마에게 하냐니깐. 당신은 "그게 프로포즈야"라면서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나한테 프러포즈를 안하고 있잖아. 빨리 프로포즈해.
남들은 당신에게 '오랜 무명 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 정말이야? 함께 한 6년여 동안 나에게 당신은 언제나 '최고의 스타'였어. 지금 너무 잘하고 있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 왼쪽 눈은 잘 안보이고, 평발에다 만성 허리 디스크. 어깨까지 다치고…. 누가 나보고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랑 같이 산대. 앞으로는 덜 아팠으면 좋겠어.
눈이 아프면 내가 눈이 되어주고, 발이 아프면 내가 발이 되어줄게. 다섯달 전 함께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당신한테 "앞으로 운전을 하지 마십시요. 오른쪽 눈이 피로해져 축구를 그만 둬야 할 지 모릅니다"라고 말했지. 나 요즘 운전 면허 따려고 열심히 학원 다니고 있어. 운전이 무서웠는데 당신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책임감이 핸들을 잡게 만들어. 여성 팬들로부터도 당신을 보호 해야지^^.
또 하나 당부가 있어. 요즘 당신이 너무 잘하니까 나는 오히려 불안해 지더라. 당신이 실수라도 한번 하면 지금의 칭찬이 비난이 되어 돌아올 것 같거든. 하지만 우리 지금까지처럼 모든 일들 잘 이겨내리라 믿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두손 꼭 잡고 이겨내자. 꽃미남 수비수 곽군 화이팅!
<2008년 2월 18일 경북 구미 친정에서 강수정>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