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수혜주로 삼성카드가 떠오르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이후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버랜드 지분 가치만큼 삼성카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최근 삼성차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해 2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채권단에 지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애초 약속대로 삼성생명을 상장해 채권단 보유 주식을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 삼성의 고민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의 대표적인 순환출자 구조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266만여주(13.3%)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시가로 펴악되는 지분 평가액이 시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총 자산 3조6000억원 중 삼성생명 지분이 50%를 넘기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는 직간접적으로 비금융 제조업체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에버랜드를 통한 삼성전자, 삼성생명 지배 구조가 깨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이 이같은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내놓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달려 있다.

대형 보험사 육성을 위한 이 개정안은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를 업종 구분 없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보험지주사가 되더라도 삼성전자 지분 소유에는 제한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라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갖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의 내부지분율은 90%에 달해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유지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정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20일 “삼성생명 상장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고 특검까지 겹쳐 지배구조가 삼성의 최대 골칫꺼리로 떠올랐다”며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팔면 순환출자 고리가 풀리지만 지배구조는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에버랜드의 지분 가치가 부각돼 삼성카드 가치도 재조명받을 것”이라며 에버랜드 지분가치 상승분을 포함한 목표주가 5만6500원을 제시했다.

그동안 유동화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에버랜드 지분 가치를 이제는 감안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

한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 수순은 거의 확실시되며 그룹 내 계열사가 인수하게 될 것”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저히 삼성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