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내야 하는 상속세가 30억원이에요.2006년 부과된 상속세를 2011년까지 5회 분할 납부하겠다고 신청했는데 개인적으로 내려니까 부담스럽네요.선대가 성실하게 이끌어온 가업을 승계받으면 후대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정연수 대표는 현행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을 이렇게 꼬집었다.이어 "가업을 성공적으로 승계한 중소기업은 산업구조를 튼실하게 뒷받침하는 주춧돌이 된다"며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에 오히려 더 많은 상속세를 물리는 현행 조세 구조는 세금 부담으로 기업을 팔게 하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선 여러 혜택을 받아 가업의 75%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업 승계 기업은 노하우를 쌓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함으로써 진정한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표산업은 최근 정 대표의 아들인 정홍교씨(27)가 사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서 3대를 이어가게 됐다.

이와 관련,정 대표는 "가업이 이어져서 기쁘지만 아들의 상속세 부담이 걱정"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힘들겠지만 선대가 잘못 물려줬다는 말 안 듣게 아들이 잘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영예로운 은퇴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정 대표는 "어르신(정두화 창업주)이 100점이라면 저는 50점짜리 경영자입니다.저는 구두약을 넘어서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어요"라고 겸손해 했다.정 대표는 앞으로 3년간 아들에게 경영수업을 시킨 뒤 사업을 물려주고 선친처럼 수진원 농장 경영에 전념할 예정이다.

수진원 농장은 말표산업의 창업주 정두화씨가 일군 것으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에 위치하고 있다. 66000㎡의 콩밭에서 유기농으로만 농사를 지어 장을 담근다.장독도 600여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만화가 허영만씨의 작품 '식객'에 소개되기도 했다.정 대표는 "비싼 유기농 국산 콩만 사용하는 데다 장은 한 번 담가 1년 사업하는 거라 사실 한 해 6000만원 가까이 적자를 봅니다.하지만 어르신이 무슨일이 있어도 농장은 지키라고 하셔서 그 뜻을 따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류 판매사업과 더불어 농장 방문객들에게 장 담그는 법도 전수하고 있다.이를 위해 농장에 장 연수원과 펜션을 지어 전통 장류에 대해 교육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장독 수도 1000개까지 늘릴 생각이다.

"된장 팔아서 돈 벌려는 것이 아니라 농장도 대를 이어가려면 최소한 적자는 보지 않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