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002년 서울은행을 합병했던 하나은행에 대해 최대 1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법인세를 추징키로 한 것은 쉽게 납득이 안간다.부실은행 처리가 급했을 땐 편법을 묵인하며 인수를 권유했던 정부가 사정이 호전된 지금에 와서 뒤늦게 관련 세법의 유권해석을 동원해 세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국세청의 과세 논리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법인세법에는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역합병을 금지하고 있고, 두 은행의 합병은 부실한 서울은행을 존속 법인으로 삼아 이뤄졌기 때문에 역합병 혐의가 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의 합병 과정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당시 정부는 부실 금융사 구조조정을 위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용인(容認)하며 합병을 유도했다.2002년 8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서울은행 매각을 추진 중인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법인세 감면 효과를 감안해 가격 등 제반 인수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법인세를 깎아주는 대신 돈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라는 뜻이다.재경부 역시 공개적으로 조세감면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따라서 하나은행이 지불한 대가(1조1500억원)에는 법인세 감면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재정경제부가 법령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인수 과정을 문제삼으며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으니 하나은행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고 필요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복(不服)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특히 재경부의 유권해석 중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지분을 30% 이상씩 가져 두 은행이 역합병의 판단요건인 '특수 관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도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더욱 논란의 여지가 크다.

정부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래야만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정부 또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같은 사안을 놓고 5년 전의 재경부가 했던 말을 지금의 재경부가 뒤집는 행위는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