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의 입안에까지 들어갔던 특허권을 찾아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긍해 항공대 교수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낸 특허법인 신성의 박해천 대표변리사(50)는 "특허명세서를 잘 작성하면 다국적 기업과의 싸움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 교수가 개발한 기술이 워낙 좋아서 특허로 등록할 경우 상당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소송 과정은 피를 말리는 전투 과정이나 다름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쳤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특허소송의 씨앗은 1994년 뿌려졌다. 컴퓨터에서 한글ㆍ영어를 자동 변환하는 기술을 발명한 이 교수는 1994년 박해천 변리사를 찾아 특허출원을 상의했다. 당시 이 교수는 몇 가지 기술을 보완한 뒤 특허를 출원한 다음 MS에 특허 기술을 살 것을 제안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하지만 2년 뒤 MS는 버젓이 이 교수의 특허기술을 'MS워드 97''MS오피스 97'에 탑재했다. 이 교수는 재차 라이선스 협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골리앗' MS는 대학교수를 안하무인식으로 무시한 셈이다.

여기서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일. 박해천 대표는 2000년부터 박정후 변리사(38)와 팀을 이뤄 MS와 특허전쟁에 돌입했다. 이 교수가 MS를 상대로 특허 무효심판 청구 소송과 특허 침해금지 본안 소송을 낸 데 따른 것. 안타깝게도 2001년 1심에서 이 교수는 전부 패소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2003년 다시 재판을 준비했고 결국 5년 만에 이번 중간 판결이 났다. 박 대표는 "지난 20년 변리사 경력상 가장 뜻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손해배상액만 최소 6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소송이 대법원까지는 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 앞서 대법원이 이 교수의 특허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다 이번 판결로 MS가 궁지에 몰리게 돼 당사자 간 합의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개인 발명가들과 중소기업인들은 특허 등록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특허의 범위를 명시한 특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허명세서가 향후 닥칠지도 모르는 소송에서 키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정후 변리사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특허 등록을 비용으로 치부한다"며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특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