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정상 부근에서 추락한 육군 UH-1H 헬기 조종사는 사고 직전 용문산에 짙은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지상관제소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용문산에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야간 저고도 비행을 하던 헬기가 갑작스럽게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 추락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21일 "사고 당시 현장의 기상악화는 국지적으로 형성됐다가 없어지는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고 헬기의 이륙 당시 지상은 비행이 가능한 시계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적 기상악화에 대해서는 통보가 안 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육군이 이날 공개한 사고 헬기 조종사의 대화록에도 '저고도' '구름'이라는 말이 몇 차례 반복됐다.헬기 조종사들은 20일 오전 1시가 지나 사고 현장인 용문산을 통과하면서 "아직도 구름 속을 지나고 있다.고도는 3000피트(약 1000여m)다" "고도 올리세요.2000피트.3000피트…(대화 끊김)"라는 대화를 나눴다.

통상 헬기 조종사들은 주간에 해발 1157m의 용문산을 지날 때면 고도를 정상보다 낮게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고 헬기도 주간 때처럼 저고도 비행을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순간적으로 안개지역으로 들어선 헬기가 고도를 높이려는 순간 용문산 9부능선(1000m)과 충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