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서 생겨나는 모든 마음 고생은 사람과 물질의 그물에 걸려서 생겨납니다.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 생겨나는 것이니 마음을 텅 비우는 것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비결입니다."

정월대보름은 겨울 석달간 산문 밖 출입을 삼간 채 선방에서 수행정진하던 스님들이 산문을 나서는 날.동안거(冬安居)를 마친 21일 전남 순천의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유나를 맡고 있는 현묵 스님(58)은 이렇게 말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법구경'의 간결한 게송에 수행자의 자세가 들어 있어요.사자는 내면의 힘이 있어 바깥의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것처럼 수행자는 비난이나 칭찬의 소리에 초연한 채 오로지 무소처럼 일념을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묵 스님은 "세상 사람들은 너도나도 유기농법으로 지은 친환경 먹을거리를 찾지만 그것만으로 웰빙이 되겠느냐"며 "진정한 웰빙은 마음의 평온에 있다"고 강조했다.몸은 마음의 그림자라서 수행과 기도를 많이 해 마음이 가지런하게 안정되면 겉모습도 저절로 단정해지고 밝아진다는 설명이다.

유나는 총림 사찰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소임.현묵 스님은 1971년 출가한 후 지리산 칠불사에서 7년간 묵언수행을 하고 '3년 결사'로 용맹정진하는 등 30여년간 오직 수행승의 길을 걸어왔다.이번 동안거엔 송광사 선방인 수선사와 문수전에서 30명의 납자들과 함께 정진했다.

"문명의 발달로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참나를 찾기 위한 수행의 중요성은 커집니다.실직한 직장인이 3000배를 하며 용맹정진한 뒤 힘과 용기를 되찾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수행을 통해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되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건강해집니다.바람이 멈춰 잔잔해진 호수에 밝은 달빛이 비치듯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 지혜와 덕이 저절로 생겨나지요."

송광사는 '스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수행가풍이 엄격하다.새벽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행일과가 '교과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른이라고 해서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키거나 대중 울력에서 빠질 수 없다.

그 까닭을 현묵 스님은 "도(道)나 진리는 남에게 물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