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주요 원자재와 곡물의 국제 가격까지 급등세여서 지난 10년 간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연간 무역흑자 기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2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179억5천69만 달러였고 같은 기간 수입은 218억2천184만 달러로 38억7천115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2월이 끝나려면 9일 정도가 남아있어 무역수지 적자 규모에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적자의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커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가 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해 11월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2월 8억6천600만 달러 적자를 낸데 이어 지난 1월엔 37억 달러로 적자폭이 커지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월별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3월이 마지막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자동차 수출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고 통상 월말에는 수입보다 수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올해 2월은 29일로 예년보다 하루가 많아 적자 규모가 1월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유.철광석 등 주요 원재자와 콩.밀 등 곡물의 국제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이들 품목에 대한 수입이 대폭 늘어나 수출의 꾸준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의 품목별 수입동향을 보면 원유 수입은 78.0%, 원유를 포함한 전체 원자재 수입은 43.5%, 곡물 수입은 32.0% 각각 늘어났다.

국제유가의 경우 지난 20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92.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3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100.74 달러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유가 외에 다른 원자재 가격도 폭등세를 보여 금, 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으며 콩, 밀 등 곡물 가격도 1년 전보다 80~95% 폭등했다.

여기에 포스코가 브라질로부터 수입하는 철광석은 오는 4월부터 현재보다 무려 65% 오를 예정이며 철강산업 등의 핵심원료인 유연탄 계약가격도 폭설로 인한 중국의 일시 수출 중단으로 수급 불안이 커지며 공급선 측에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원자재발 무역수지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하면 연간 기준으로 1998년부터 10년 동안 계속 유지해온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경제성장률, 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대외 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김종수 기자 leesang@yna.co.kr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