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순 지방의회발전연구원 고문(전 한국은행연수원장)의 역서 '사무엘 울만과 청춘(靑春)'(마거릿 E. 암브레스터 지음,삶과꿈)을 읽고 '우울한 학문'이라는 경제학 공부를 한답시고 젊은날 이후 손을 놓았던 시 읽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1970년대 초중반 '저축은 국력'이라는 기치 아래 한국은행 저축부에서 일하던 시절 역자를 만났다.그런데 법학.경제학을 섭렵한 사회과학도가 어떻게 시집을 번역하게 됐는지 놀라울 뿐이다.울만의 시 '청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주 그의 화신이 된 듯하다.번역에서도 시구 해석이나 어휘 선택에 남다른 치밀함과 엄격함을 보여준다.

사무엘 울만은 1840년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의 알자스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열한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버밍햄에서 1924년까지 살았던 사업가이자 교육가,신앙인,시인이었다.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부단한 노력으로 수준 높은 학문.신앙적 경지를 개척했다.학교와 병원설립에 참여하고 시교육위원과 시의원,유대교 율법사로 헌신하기도 했다.이러한 업적을 기려 앨라배마 대학에 울만기념관이 세워지고 마거릿 암브레스터 교수가 그의 인생전기와 시들을 묶어 출판했는데 이 책이 '사무엘 울만과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것이다.

울만의 시 중에서 가장 애송되는 시가 바로 '청춘(Youth)'이다.'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고,그것은 마음의 한 상태이다.그것은 장밋빛 볼,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의 전유물이 아니고,그것은 의지의 전유물,상상의 품질,정서의 활력이다.그것은 인생의 여러 깊은 샘의 신선이다….'

이 시가 유명해진 것은 2차대전 이후 연합국의 일본 점령 당시 맥아더 사령관이 사무실에 걸어 놓고 애송하여 노병임에도 청춘의 정신을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중이 전 인구의 7%를 넘어섰다.외환위기 이후 고용창출 능력이 저하되면서 장.노년층 실업자 증가는 물론 청년들의 일자리마저 늘지 않는 경제정체를 경험하고 있다.노년도 청년도 희망의 메시지보다는 '눈(雪)과 어둠(暗)의 냉소와 비관주의'에 사로잡힌 형국이다.

누가 우리에게 격려와 용기,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가? 아마도 역자가 일본의 암흑기에 '청춘'을 노래함으로써 일본 부흥에 기여했던 맥아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듯하다.경제대통령도 필요하지만,70대에 청춘을 노래한 울만의 기개와 역자 같은 메신저가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새 정부 장관들의 평균연령이 60세 이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이들이 '청춘'을 가까이 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활력과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노년도 청년도 '낙관주의의 주파'를 붙잡고 20세의 기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가길 기대한다.351쪽,1만5000원.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기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