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과 준칙이란 잣대로 봤을 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성향은 어떠할까.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작년 초 펴낸 '버냉키노믹스'란 책에서 버냉키 의장의 정책 철학 가운데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준칙과 재량을 통합한 '억제된 재량'을 꼽았다.

이는 버냉키 의장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버냉키 의장은 학자 출신으로 거시경제학과 통화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특히 1929년 미국 대공황을 아주 세밀하게 공부했다.

그는 대공황의 원인을 당시 FRB가 통화 정책을 잘못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RB가 1928년 월가의 투기를 종식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그 결과 이듬해 경기 침체가 초래되면서 증시 대폭락 사태가 촉발됐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FRB가 은행 수천 개가 도산하고 통화 공급이 급감하는 것을 방관하기만 했다는 게 버냉키 의장의 생각이다.

즉 시장을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통화 관리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위기 대처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최근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늑장 대응'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