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전우종 SK증권 자산운용본부장…기업 리포트 행간에 答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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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종 SK증권 자산운용본부장은 흔히 말하는 '선수'(펀드매니저) 출신은 아니다.
1988년 동원경제연구소(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한 이후 꼬박 20년간 리서치(조사분석) 업무만 맡아왔다.
그런 그가 올초 대변신을 시도했다.
김우평 SK증권 사장이 지난해 죽을 쑨 자산운용본부의 '구원투수'로 전 본부장을 점찍은 것이다.
'말이나 글이 아닌 직접 회사 자산을 운용해 보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장기판에서도 훈수 두는 사람이 판을 더 잘 읽는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프로야구에선 유명 해설자가 감독을 맡아 실패한 사례도 익히 봐 왔구요.
이런 생각에 고민도 했지만 진검승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 2002년 기업분석팀장 시절부터 짜온 모델포트폴리오가 매년 시장대비 10% 이상의 초과수익을 낸 것도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단다.
전 본부장은 지난 20년간의 애널리스트 경험으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초창기 경제조사부와 산업조사부 등에서 일하다 뒤늦게 기업분석부에서 본격적인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리서치업무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과거 일이지만 애널리스트 초기에는 기업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이유로 1년 가까운 기간 기업탐방은 물론 정보제공까지 기업에서 거부하는 일마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전자.반도체 담당으로 각 언론사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며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국내를 대표하는 이 분야 애널리스트로 인정을 받았다.
1995년 삼성전자나 1999년 LG전자, 2000년 삼성SDI 등을 일찌감치 강력 추천해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도 안겨다주기도 했다.
전 본부장은 기업분석 보고서 보는 법을 소개했다.
"그냥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만 보는 건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죠.보고서 행간의 의미를 잘 읽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매도' 보고서가 거의 없는 국내 리서치업계 현실에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죠.증권사와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팔라는 보고서는 잘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기업분석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오랜 기간 보고서가 끊어진 기업은 '매도'가 아니어도 사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그는 또 '매수' 추천 종목이라 할지라도 목표주가 변동을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시장평균이나 업계 평균 PER(주가수익비율)가 높아져 목표주가를 올린 종목은 의미를 두지말고 오히려 팔 시점을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작년 9~11월 기업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시장을 따라 PER만 높게 적용해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개선되거나 업황이 바뀌어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이 상향조정되는 종목을 따라 사야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실적이 악화되지 않았는 데도 시장 PER가 낮아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는 '바닥의 신호'도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전 본부장은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면 꼭지다'라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주가라는 게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랐다가 조정을 보인 후 또 오르곤 하죠.일시적으로 보고서가 나와 주가가 빠져도 한두 달 지나고 보면 '그때 사도 늦지 않았구나' 하면서 후회하게 되죠."특히 최근 같이 기관이나 외국인이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따라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는 그날 주가 반응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유망 종목은 어떻게 고를까.
그는 순이익이 늘더라도 실제 현금흐름이 개선되는지를 잘 따져 볼 것을 권했다.
또 큰 경제 상황의 변화를 생각하고 경영자가 이에 대처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감안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단기투자 관점에서는 지난달처럼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이 나온 종목을 고르면 백발백중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검증된 종목인데 수급이 꼬여 빠졌다면 급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본부장은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돈을 따라 다닐 게 아니라 돈이 있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재무관리 등 기본 지식이나 재무분석사(CFA)와 같은 자격증을 따는 건 기본이죠.하지만 재무제표 분석이나 추정치 전망 등은 기계적인 부분이 있어 수개월이나 1년이면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산업의 환경 변화나 경영자의 자질 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폭 넓은 독서를 통한 역사에 대한 이해 등은 간과하기 쉽지만 애널리스트가 꼭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봅니다."
그는 높은 윤리의식도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 중 하나로 꼽았다.
개인이나 기관투자가에게 미리 알려준다든지 내부정보를 이용한 인기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다보니 외국어 능력이나 밤 늦게까지 일하려면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슈퍼맨'이 되란 얘기를 하고 있군요(하하)."
전 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엔 어려운 시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고 물가불안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시장은 이러한 실물경기를 미리 반영하는 만큼 1분기가 최악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3~4월 디스플레이부문,하반기 반도체 부문이 부각될 것이며 은행과 보험업종도 초과수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요즘 장에서도 "코스피지수가 꼭지일 때 시작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전 본부장의 변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서정환/사진=양윤모 기자 ceoseo@hankyung.com
1988년 동원경제연구소(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한 이후 꼬박 20년간 리서치(조사분석) 업무만 맡아왔다.
그런 그가 올초 대변신을 시도했다.
김우평 SK증권 사장이 지난해 죽을 쑨 자산운용본부의 '구원투수'로 전 본부장을 점찍은 것이다.
'말이나 글이 아닌 직접 회사 자산을 운용해 보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장기판에서도 훈수 두는 사람이 판을 더 잘 읽는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프로야구에선 유명 해설자가 감독을 맡아 실패한 사례도 익히 봐 왔구요.
이런 생각에 고민도 했지만 진검승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 2002년 기업분석팀장 시절부터 짜온 모델포트폴리오가 매년 시장대비 10% 이상의 초과수익을 낸 것도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단다.
전 본부장은 지난 20년간의 애널리스트 경험으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초창기 경제조사부와 산업조사부 등에서 일하다 뒤늦게 기업분석부에서 본격적인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리서치업무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과거 일이지만 애널리스트 초기에는 기업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이유로 1년 가까운 기간 기업탐방은 물론 정보제공까지 기업에서 거부하는 일마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전자.반도체 담당으로 각 언론사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며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국내를 대표하는 이 분야 애널리스트로 인정을 받았다.
1995년 삼성전자나 1999년 LG전자, 2000년 삼성SDI 등을 일찌감치 강력 추천해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도 안겨다주기도 했다.
전 본부장은 기업분석 보고서 보는 법을 소개했다.
"그냥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만 보는 건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죠.보고서 행간의 의미를 잘 읽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매도' 보고서가 거의 없는 국내 리서치업계 현실에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죠.증권사와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팔라는 보고서는 잘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기업분석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오랜 기간 보고서가 끊어진 기업은 '매도'가 아니어도 사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그는 또 '매수' 추천 종목이라 할지라도 목표주가 변동을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시장평균이나 업계 평균 PER(주가수익비율)가 높아져 목표주가를 올린 종목은 의미를 두지말고 오히려 팔 시점을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작년 9~11월 기업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시장을 따라 PER만 높게 적용해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개선되거나 업황이 바뀌어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이 상향조정되는 종목을 따라 사야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실적이 악화되지 않았는 데도 시장 PER가 낮아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는 '바닥의 신호'도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전 본부장은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면 꼭지다'라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주가라는 게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랐다가 조정을 보인 후 또 오르곤 하죠.일시적으로 보고서가 나와 주가가 빠져도 한두 달 지나고 보면 '그때 사도 늦지 않았구나' 하면서 후회하게 되죠."특히 최근 같이 기관이나 외국인이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따라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는 그날 주가 반응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유망 종목은 어떻게 고를까.
그는 순이익이 늘더라도 실제 현금흐름이 개선되는지를 잘 따져 볼 것을 권했다.
또 큰 경제 상황의 변화를 생각하고 경영자가 이에 대처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감안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단기투자 관점에서는 지난달처럼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이 나온 종목을 고르면 백발백중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검증된 종목인데 수급이 꼬여 빠졌다면 급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본부장은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돈을 따라 다닐 게 아니라 돈이 있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재무관리 등 기본 지식이나 재무분석사(CFA)와 같은 자격증을 따는 건 기본이죠.하지만 재무제표 분석이나 추정치 전망 등은 기계적인 부분이 있어 수개월이나 1년이면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산업의 환경 변화나 경영자의 자질 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폭 넓은 독서를 통한 역사에 대한 이해 등은 간과하기 쉽지만 애널리스트가 꼭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봅니다."
그는 높은 윤리의식도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 중 하나로 꼽았다.
개인이나 기관투자가에게 미리 알려준다든지 내부정보를 이용한 인기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다보니 외국어 능력이나 밤 늦게까지 일하려면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슈퍼맨'이 되란 얘기를 하고 있군요(하하)."
전 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엔 어려운 시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고 물가불안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시장은 이러한 실물경기를 미리 반영하는 만큼 1분기가 최악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3~4월 디스플레이부문,하반기 반도체 부문이 부각될 것이며 은행과 보험업종도 초과수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요즘 장에서도 "코스피지수가 꼭지일 때 시작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전 본부장의 변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서정환/사진=양윤모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