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첫 출간 후 지금까지 8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우리나라에 어린이 한자교육 열풍을 일으킨 한자학습만화책 '마법천자문'이 뮤지컬로 각색되어 공연 중이다.

이미 캐릭터를 활용한 음료 개발,코엑스에서 열린 영상체험전에 이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전형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뮤지컬은 중소형 극장에서 열리던 여타의 아동 뮤지컬과는 달리 대극장에서 무대 메커니즘을 도입해 이루어져서 눈길을 끌었다. 책으로는 총 15권에 달하는 판타지 스토리가 무대에서는 5장으로 압축되었고,주요 한자들은 오토메이션을 도입한 무대 전환과 크고 작은 소품 활용,한자의 뜻에 걸맞은 조명과 음향 효과 등으로 채웠다.

대극장에서 열리는 아동 뮤지컬은 커진 규모에 비해 늘어난 제작비와 높아진 티켓 가격 때문에 종종 상업화 논란에 시달린다. 하지만 대극장에서 시도되는 뮤지컬은 미덕이 있다. 먼저 내용으로는 많은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킬러 콘텐츠만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미국의 '세서미 스트리트'나 '블루 클루'처럼 공중파에서도 방영돼 인기가 높은 캐릭터들을 각색한 동명의 뮤지컬들은 모두 6900석 규모의 미국 최대 극장인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갖고 있다. 역설적으로 대극장을 채울 수 있는 작품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충성도가 높은 원작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형식적으로는 대극장 작품은 어린 관객들에게 미래의 공연 소비자로서의 예행 연습을 가능하게 한다. 대극장의 큰 무대,복층으로 이루어진 객석 구조, 넓은 로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이벤트들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체험은 공연 에티켓은 물론이고 공연장에 가는 행위가 성년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는 기본 소양을 쌓게 해주는 것이다. 일본 최대의 극단인 '시키'가 매년 아동들에게 무료로 자사의 레퍼토리 공연들을 관람하게 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미래의 주요 고객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제작 면에서도 대형화된 아동 뮤지컬의 기술적인 난이도가 성인 뮤지컬 수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고 무대 위의 매직을 구현해야 하는 속성을 가진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베테랑들이 참여해야 한다. 2007년 대극장용으로 제작된 성인용 창작뮤지컬들이 대부분 패퇴한 후 올해는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 계획이 한편도 없는 가운데,기술 회사들의 우수한 인력 활용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형 아동뮤지컬의 제작은 기술 인력에 대한 안전한 고용 창출은 물론이고 개선된 장치들을 선보이는 역할도 담당한다. 성인용 대형 뮤지컬이 없는 올해에는 한번 아동 뮤지컬의 선전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