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 거품 논란과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로 미술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다음 달 미술품 경매 이벤트와 아트페어에 4000점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최고 10여배까지 치솟았던 인기 작가의 작품값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다고 판단한 화랑과 미술품경매회사들이 봄시즌을 맞아 다시 고객잡기에 나선다.

3월6~10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되는 제26회 화랑미술제에 2000여점이 출품되고 현대미술제(3월14~26일ㆍ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도 1500여점이 나온다. 서울옥션(3월25일ㆍ200여점)과 K옥션(3월26일ㆍ200여점),M옥션(3월11일ㆍ100여점),오픈옥션(3월30일ㆍ120여점)도 잇따라 경매에 나서 컬렉터 잡기 경쟁을 펼친다. 화랑과 경매회사들은 최근의 조정 분위기를 의식해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수작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이들 작품의 추정가만 총 400억~5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중ㆍ대형화랑 86곳이 참여하는 '화랑미술제'에는 김종학을 비롯해 김창렬,이우환,김덕기,정연두,앤디 워홀,데미안 허스트,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국내외 작가 500여명의 작품이 나온다. 가격은 점당 50만원부터 수억원까지 다양하다. 미술제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미술시장이 다음 달부터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보고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 28억원보다 10억원 이상 늘어난 4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박영덕화랑과 미술전문지 '미술시대'가 공동주최하는 제8회 '한국현대미술제'는 함섬,김근배,김세중,김창영,두민,안병석,이신구씨 등 117명의 작품 1500여점을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매물을 쏟아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옥션의 110회 경매에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이대원,김종학,김흥수,박항률,김형근,오치균,정상화,쩡판즈,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 200여점이 출품된다. 서울옥션은 낙찰총액을 2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또 K옥션은 26일 경매에 이중섭,박수근,김환기,천경자,이대원 등 근ㆍ현대 작가들의 수작을 '간판'상품으로 출품,낙찰총액 150억원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신생경매회사 오픈옥션은 작품 구입 1년 뒤에 되팔 경우 낙찰가의 80%까지 환급을 보장해주는 제2회 '골든아이 경매'에 중견작가 작품 위주로 120~140점을 출품한다.

미술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겠지만 국내외 경제가 불안한 상태여서 지난해 상반기 같은 매입열기는 일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서정기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본부장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인플레이션 우려와 고유가 등의 요인으로 조정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자금이 유입돼도 구매층이 대거 몰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본격적인 매기가 일기 전인 지금이 투자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삼성 비자금 사건 등 특수 요인 때문에 시장이 위축됐지만 일부 인기 작가들의 작품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