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부펀드에 대한 선진국과 국제 기구들의 견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국부펀드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자발적 행동 규범'을 마련,국부펀드들에 채택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23일 보도했다.EU 집행위원회(EC)가 27일 결의할 예정인 이 행동 규범은 EU 차원의 국부펀드에 대한 첫 번째 투자 규제 시도다.

피터 만델슨 EC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EU의 국부펀드 행동 규범은 국부펀드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보장에 대한 기본 기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델슨 집행위원은 "국부펀드 투자는 상업적 동기에 국한돼야 하며 정치적 또는 전략적 고려가 투자 결정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국부펀드들도 이 같은 행동 규범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만약에 국부펀드들이 자발적인 행동 규범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투자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번 제안은 다음 달 4일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논의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약 2조5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20개 대형 국부펀드를 통제하기 위해 국부펀드 투자에 대한 공동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10월 열린 서방 7개국 회담(G7)에서 미국 유럽 지역 대표들이 국부펀드의 무분별한 투자를 차단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18일 외국인 투자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심사 6원칙을 발표해 국부펀드의 투자를 감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호주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는 국부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활동 목적 및 자국 정부와의 관련성,지배 구조,투자 내역 등도 심의할 수 있다.이는 투자 내역과 지배 구조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국부펀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부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의 '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현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아랍에미리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의 국부펀드들은 씨티 메릴린치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에 600억달러에 달하는 긴급 자금을 수혈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선진국 정치권과 여론은 국부펀드가 자국의 핵심 산업에 진출해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