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시멘트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최근 '사재기'까지 성행하고 있는 철근만 해도 국내 가격이 올 들어서만 27% 정도 올라 이미 1조원 이상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를 대거 조기 분양한 데 따라 연초부터 아파트 공사가 몰려 있어 앞으로 자재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주요 건자재 가격 급등현상이 올 상반기는 물론 길게는 10월까지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 같은 건자재값 급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가뜩이나 미분양 사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업체들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사용하는 건자재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철근 값은 지난해 t당 평균 54만1000원이던 것이 올 1월 초 59만1000원,이달 초엔 69만1000원으로 올 들어 27%,한 달 사이에만도 17% 이상 올랐다.

건설업계의 연간 철근 사용량이 1160만t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이미 1조5000억원 이상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업계에선 올 2분기엔 73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건축물과 교량 등의 기초자재로 활용되는 강관파일도 올 2분기쯤엔 작년 말보다 36% 정도 비싼 78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작년 ㎥당 평균 4만6200원 선이던 레미콘도 시멘트값 인상 등으로 2분기엔 4만8500원으로 4.9%가량 인상되는 등 거의 모든 건자재값이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아파트 분양으로 연초부터 아파트 공사가 잇따르는 바람에 자재 수급에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부서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웃돈을 주고라도 철근을 확보만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사정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공기(工期)를 맞추기도 힘들 것 같다"고 호소했다.주요 건자재값 상승은 당장 아파트 분양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철근가격 인상만으로도 아파트 건축비가 작년 초에 비해 2% 정도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공사비가 3억원인 아파트라면 이미 600만원이 더 든다는 얘기다.이에 따라 특히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자재비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려는 건설업체와 이를 거부하는 조합 간에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일부 업체들은 저가 자재를 활용,품질시비가 빚어질 공산도 크다.

미분양 아파트가 12만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건자재값이 급등함에 따라 도산 위기에 몰리는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