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새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는 마지막 휴일인 24일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매주 나가던 소망교회 예배에 불참했고,휴일마다 즐기던 테니스 게임도 생략했다.접견과 리셉션 등 4건의 공식 행사를 치르면서 틈틈이 취임사 원고를 검토했고 25일 취임식 직후 갖기로 한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회담도 꼼꼼히 준비했다.취임식 준비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관ㆍ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의 처리 문제 때문에 측근들과 골머리를 싸매는 고역도 치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해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취임식과 정상회담,인사청문회 등 현안 관련 대책을 상의했다.한 측근은 "25일 열릴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회담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일부 장관과 수석 내정자들의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의혹 등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대응책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에는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린 파스코 유엔 사무차장과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을 차례로 접견했다.이 대통령은 린 파스코 사무차장과의 면담에서 "대한민국도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평화유지군(PKO)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고,공적개발기금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주 한인 회장단과 해외동포 후원회가 시내 호텔에서 각각 주최한 취임 축하 리셉션에 참석,감사의 뜻을 전했다.부인 김윤옥 여사도 이 대통령과 함께 취임 축하 리셉션에 참석,'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업무를 사실상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0시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을 위해 청와대에 하루 더 묵기로 함에 따라 청와대 대신 삼청동 안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이 대통령은 다만 군 통수권을 행사하게 된 0시를 기해 합참본부상황실,남극세종기지로부터 전화로 상황보고를 받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의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지난 23일 가회동 자택에서 이웃 주민들과 티 타임을 갖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이 대통령은 "한옥 마을에 살면서 인심이 좋았다"며 "(가회동은)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역사에 남는 좋은 대통령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이 대통령은 사인을 요청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일일이 사인해 준 뒤 기념 촬영을 함께 하고 주민들의 박수 속에 40여분간의 티 타임을 마쳤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