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소니,샤프와도 제휴' 보도를 접한 삼성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소니는 2004년부터 LCD패널 사업에 합작 투자했던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소니와의 합작을 통해 삼성은 LCD패널은 물론 TV사업에서도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런 만큼 소니가 LCD패널 사업의 경쟁자인 '샤프'와 손잡기로 했다는 소식이 미친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니가 샤프와 제휴를 맺기로 결정한 배경이 '비자금 특검의 여파로 삼성의 경영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충격은 더 컸다.특검수사 이후 우려됐던 해외 합작선 이탈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국내 업계는 LCD패널,TV,반도체 등 전방위적인 일본의 '타도 삼성' 공세가 한국 IT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소니,왜 지금 샤프와 손잡나

소니가 삼성전자와 7세대 LCD패널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3년 10월.당시 해외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LCD업계 최강 연합군이 결성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TV의 자존심'인 소니와 IT업계 신흥강자인 삼성전자의 결합이란 점에서다.실제 삼성전자와 소니 연합군의 위력은 컸다.2004년 7세대 LCD패널 공장을 가동하면서 삼성전자는 LCD패널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LCD TV에서도 일본 샤프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라섰다.TV매출 감소에 고전했던 소니도 삼성과의 합작으로 미국 TV시장 점유율을 2005년 7%에서 2006년 15%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소니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당시 일본 정부는 경쟁국 업체인 삼성전자와 LCD합작에 나선 소니를 강력하게 만류하고 나섰다.일본의 20개 전자업체는 2004년 일본 정부 후원 아래 추진하던 차세대 LCD개발 컨소시엄에서 소니를 배제시켰다.사실상 소니를 '왕따'시킨 것.사정이 이렇자 소니는 지난해부터 삼성과 8세대(2단계) 투자를 공동으로 진행할지 아니면 자국 업체와 제휴할지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이런 상황에서 삼성비자금 특검수사는 소니에 자국업체와 제휴를 맺는 '좋은 명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특검으로 인한 삼성의 경영차질을 이유로 샤프와 제휴를 체결,패널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자국업체들의 비난을 잠재우는 기회로 삼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LCD 주도권 일본에 빼앗기나

소니가 샤프로부터도 패널을 구매키로 함에 따라 세계 LCD 시장의 판도는 급격히 변할 전망이다.현재 세계 LCD패널 시장의 절대강자는 단연 한국기업들이다.지난해 연간기준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25.7%,LG필립스LCD가 22.1%로 전체 시장의 47%를 차지하고 있다.반면 일본 업체 중에서는 샤프가 12.4%의 점유율로 유일하게 5위에 올라 있을 뿐이다.

이 같은 한국 LCD패널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주요 LCD TV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패널 제조사들은 2004년부터 주요 TV 세트업체에 패널을 독점 공급,패널 시장 주도권을 높이는 한편 TV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 LCD TV 사업부는 물론 일본 소니를 '동반자'로 끌어들였고 LG필립스LCD는 그룹 내 계열사인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를 '우군'으로 삼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소니가 샤프와 제휴함에 따라 이 같은 구도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특히 소니가 샤프로부터 8세대 패널은 물론 차세대 제품인 10세대 패널 분야까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 이후 '소니-샤프 연합군'이 한국 LCD패널 및 TV업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소니-샤프의 제휴' 소식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일본 도시바가 '타도 삼성'을 위해 내년까지 1조8000억엔을 들여 낸드플래시 공장 2곳을 신설하고,PDP패널 세계 1위인 일본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이 3000억엔을 들여 8세대 LCD패널 공장을 짓는 등 최근 일본 기업들의 공세가 극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