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요즘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생동감 넘치는 영상과 자연음이 그대로 재생되는 차세대 영상 저장.재생 장치(DVD) '블루레이'의 매력 때문이다.고화질(HD)급 캠코더로 찍은 딸 아이의 영상을 TV로 연결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다섯 살인 딸 아이 얼굴의 솜털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다.마치 아이가 실제 눈 앞에서 뛰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차세대 DVD 시장에서 소니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블루레이가 도시바 진영의 'HD-DVD'를 누르고 승리하면서 블루레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극장보다 더 현실감 넘치는 화질 덕분에 K씨 같은 영화 마니아에게는 벌써 필수품이 됐을 정도다.

◆'블루레이', 뭐가 다른가

블루레이 디스크의 겉모양은 기존 DVD와 다를 게 없다.차이점은 저장용량이다.싱글 레이어 기준으로 DVD가 4.5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담을 수 있지만,블루레이 디스크는 6배 많은 25GB를 저장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블루레이 디스크에 풀 HDTV급의 고화질 영상(1920×1080 해상도)과 원음에 버금가는 고음질 음향을 담을 수 있다.기존의 비디오나 DVD에서 잘 보이지 않던 눈동자의 홍채,피부의 솜털이나 잔털까지 볼 수 있을 정도다.

블루레이 디스크에 담을 수 있는 영화편수는 화질과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1시간짜리가 20∼25GB 정도다.지난해 국내에 블루레이 디스크로 발매돼 4000여장이 팔린 영화 '007 카지노 로얄'(블루레이 지원)의 전체 용량은 50GB(듀얼 레이어)에 달한다.

◆블루레이 제대로 즐기려면


블루레이의 고화질 영상을 제대로 즐기려면 '풀 HDTV'가 필요하다.집에 HDTV가 있다면 'HDMI 단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영상,음향 등의 단자를 하나로 통합한 HDMI(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단자는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시켜 원래의 영상 화질과 음향을 살려준다.

비싼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는 게 부담된다면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블루레이를 지원하는 HD급 고해상도의 노트북이나 디스크 드라이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다만 HDMI를 지원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HDTV가 없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내장된 PC 모니터로 블루레이 디스크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그러나 작은 사이즈의 모니터로는 블루레이 특유의 고화질을 맛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제품 있나


시중에 나와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는 소니 삼성전자 LG전자 등 3가지밖에 없다.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BD-P1400'은 가격이 50만원대 후반이다.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로는 가장 싸지만 일반 DVD 플레이어 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소니의 'BDP-S1E' 가격은 9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블루레이와 HD-DVD를 모두 지원하는 LG전자의 듀얼 플레이어 'BH 100'은 120만원대에 팔린다.HD-DVD는 도시바 진영이 추진했던 차세대 DVD이지만 도시바가 최근 사업을 포기했다.

물론 이들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는 블루레이 디스크뿐 아니라 기존 DVD도 재생할 수 있다.국내에 보급된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3만대 안팎에 불과하다.블루레이가 대중화되려면 플레이어 가격이 낮아지고 모델수도 많아져야 한다.

◆언제쯤 대중화 될까


블루레이의 보급 속도는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풀 HDTV 등의 보급 못지 않게 영화 등 블루레이 콘텐츠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장비를 갖췄더라도 정작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블루레이 영화는 50여편에 불과하다.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등에서 연말까지 100여개의 블루레이 디스크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그나마 국산 영화 중에서는 블루레이 디스크로 제작된 것은 아직 없다.전문가들은 블루레이 영화 편수가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져야 블루레이의 대중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픽쳐스코리아의 구창모 상무는 "2~3년 안에 블루레이가 기존 DVD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법 복제 방지 등의 장치 덕분에 대중화 속도가 더 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