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줄어든 사이에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현지은행들이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신용경색에 직면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1500억달러에 달하는 차입매수(LBO·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해당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 채권을 장부에서 털어내려 하면서 사모펀드들은 대형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서브프라임 충격을 작게 받은 이머징마켓의 시중은행들이 틈새를 노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계 은행들은 보다 저렴한 조건에 돈을 빌려주거나 소수 지분을 인수하려는 거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은행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FT는 최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32억달러를 들여 한국 케이블TV 운영업체인 씨앤앰(C&M)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에 신한은행이 LBO 자금을 댄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터키에서도 지난주 3개 현지은행이 BC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의 미그로스(터키 소매업체) 인수에 자금을 댔다.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는 영국 회사들도 점차 인수·합병(M&A)하려는 기업이 속한 국가의 현지은행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 있다.

카말 타벳 씨티그룹 금융기업 부문 글로벌대표는 "현지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소규모 거래에도 적극성을 나타낸다"며 "기업들이 현지은행들을 이용할 경우 1~1.5%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