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새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서울광장과 청와대 입구 효자동에서 잠시 시민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곧바로 청와대로 향했다.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당선 이후 정확히 69일 만이다. 청와대 정문 앞에서 마중나온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이 대통령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청와대 2층 집무실에 첫 걸음을 내디딘 이 대통령의 첫 마디는 의미심장했다. 그는 "어, 집무실이 안 바뀌었네? 바꿔야지"라며 며칠 전 지시를 내린 '실무형 공간(사각 탁자 대신 타원형 탁자 배치)'으로의 배치를 재차 주문했다. 청와대에서 행한 대통령의 첫 지시는 다름아닌 '바꿔~'였다.

사각탁자로 둘러싸인 고압적 분위기도 싫거니와 참모들과의 '브레인스토밍'식 협의를 추구하겠다는 새 대통령의 따끔한 훈계였다.

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으로부터 주요 현안보고를 받는 것으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또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요청서'에 서명하면서 행정수반의 권리를 처음으로 행사했다. 이어 류 비서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내정자 인사안에 대해서도 직접 '사인'하면서 참모진용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실에 커피믹스 기기를 설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새삼 떠올랐다"며 "앞으로는 스스로 일을 찾는 '셀프형 참모'가 각광받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